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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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충청타임즈에 칼럼을 쓴지 6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2013년 3월 13일 `임성재의 세상 엿보기'라는 칼럼난에 `이름 걸기'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쓴 이래 오늘까지 모두 304편의 글을 썼습니다.

글재주 없는 사람이 1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쓴다는 것은 고행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글감을 찾지 못해, 또 어떤 날은 글이 써지질 않아서 마감시간 직전까지 끙끙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렵사리 글을 마치고 한숨을 돌렸나 싶으면 또 어김없이 글 쓰는 목요일이 턱밑으로 닥쳐왔습니다. 이렇게 시간은 일주일 단위로 흘러갔습니다.

공식적인 휴가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개인적인 여행을 한다거나 신문이 휴간되는 날이 쉬는 날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글쓰기가 없다고 생각하면 한 주가 편안했습니다. 마치 학교 가기 싫은 초등학생이 학교 안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몇 번 글쓰기를 고사한 적도 있었지만 오늘에야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글쓰기라는 해방감에 그동안의 고충을 넋두리처럼 늘어놓았습니다마는 사실은 글을 쓰는 사람보다 모자란 글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의 고충이 더 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못난 글을 읽어주시고 때론 격려도 해주셨던 독자 여러분, 참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계셨기에, 단 한 분이라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는 한 눈 팔 수 없었습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다 표현을 못 했을 뿐이지 옳음과 바름을 위해 나아가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글을 통해 누군가를 혹독하게 비판했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분들에게는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지나고 보면 무엇이 절대 선이고, 무엇이 절대 악이겠습니까? 누구도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일들이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어느 분야에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글을 통해 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직들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의 민주성(民主性)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귀를 열어 도민의 소리, 시민의 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이었습니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객관화'를 항상 염두에 두었습니다. 지금 나의 주장이 나만의 생각은 아닌지, 내가 지금 비판하고 있는 상대방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대방이 나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워낙 글재주가 없어서 글의 내용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심정으로 글을 썼다는 것만은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6년 3개월 동안 보잘것없는 글을 위해 지면을 내어주신 충청타임즈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충북은 지역 언론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존재의미는 생존이 아니라 언론의 사명과 역할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충청타임즈는 그 길을 굳건히 걸어가리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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