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시카고 Judy Chicago 디너파티(The Dinner Party)
주디시카고 Judy Chicago 디너파티(The Dinner Party)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9.06.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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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Judy Chicago, (The Dinner Party), 1974-1979
Judy Chicago, (The Dinner Party), 1974-1979

 

1970년대 미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운동이 각 영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시기였다. 미술이서도 예외는 아니다. 페미니즘의 사회적 확산 속에서 여성 미술가들은 그동안 남성 중심주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폄하되어왔던 여성의 권익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다양한 형식의 미술작품을 전개하였다.

이 시기에 많은 여성미술가들이 페미니즘 미술을 전개하였으나 특히 지금까지도 페미니즘 미술계에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은 주디시카고의 기념비적인 작품 <디너파티 The Dinner Party>이다.

<디너파티>는 역사 속에서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열등한 취급을 받아왔던 39명의 여성들을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설치작품이다. 초대된 이들은 신화 속의 여신들이나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성들이다.

한 변의 길이가 16미터나 되는 각각의 테이블에는 초대된 39명의 여성을 위해 한 면에 13개씩 나비형태의 접시가 세팅되어 있다. 나비는 예전부터 여성 평등권 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되어졌는데, 이 형태를 표현한 것은 여성의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서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식탁의 제1면은 선사시대에서 로마제국 시절까지를 다루며 13인의 여성을, 제2면은 기독교 태동기부터 종교 개혁기까지를 다루며 역시 13인의 여성을, 제3면은 미건국기에서 여성해방운동기 까지를 다루며 13인의 여성을 제시하였다. 3면의 식탁으로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의 가운데 부분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고 삼각형 내부 바닥의 타일 위에는 999명의 여성사 인물의 이름이 금빛 유약으로 시문 돼 있다.

39명의 신화적·역사적 여성을 기리는 이 의사-종교적 설치미술은 예수가 죽기 전날 12 제자들을 저녁 만찬에 초대한 <최후의 만찬>을 연상케 한다. 12제자와 예수, 이렇게 13명의 남성들이 500년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식탁 위에서 `최후의 만찬'을 했다면, 500년이 지난 주디시카고의 식탁 위에서는 39명의 여성들이 만찬을 하게 된 것이다. 서구 문명 속에서 여성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사의 상징이 된 <디너파티>는 5년간 400여명의 협동 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작품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성중심주의의 역사가 계속하여 순환하는 것을 예술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저지하려는데 있었다. 다시 말해 남성중심주의의 권력구도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익과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하나의 투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디너파티>는 사회 속에 깊이 뿌리내려진 남근중심적 시각 질서를 거부하고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여성의 정체성을 탐구한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본 여성의 역사적 투쟁을 시각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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