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때 참새 되기
장마 때 참새 되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6.26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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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황 동 규

하류(下流) 끊긴 강이 다시 범람한다
세 번 네 번 범람한다
외우지 않기로 한다
―물이 지우는 몇 개의 섬

신문을 읽지 말고
혹은 읽으면서 잊어버리고
몇 번 재주 넘어
―천천히 참새가 된 나와 아내

비가 내린다
물이 거듭 쳐들어 온다
새는 지붕 간신히 막아놓고
아들아, 아빠가 춤을 춘다

창틈으로 날아들었다가
머리를 바람벽에 부딪치고
눈앞이 캄캄해져서
참새가 참새가 춤을 춘다.

# 장마 소식이 들립니다. 창밖 하늘도 어둑합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집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하던 옛날이 있었습니다. 날씨 예보도 어쩌다 맞을 정도였으니 폭우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허술한 지붕을 뚫고 안방까지 쳐들어오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종종대야 했던…. 물에 잠겨 섬이 된 집에서 세간 하나라도 건져보려 들락이는 모습이 참새의 분주한 춤으로 그려진, 조금은 멀어진 우리의 살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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