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9.06.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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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주말, 토이스토리 4를 보았다. 영화 예매는 주로 작은아이가 하는데, 작은아이는 토이스토리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스크린이라며 아이맥스 가장 좋은 자리를 예매해 주었다. 아주 큰 극장이었지만, 또래의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도 혼자 와 앉아있는 것이 드물게 보였다. 시작과 함께 주제곡 `난 너의 친구야(You've Got a Friend in Me)'가 연주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토이스토리도, 나도 함께 늙어가며 여기까지 왔구나. 20년 넘은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 토이스토리는 내게 그랬다.

아이들이 어릴 적 디즈니 만화 영화는 내게도, 아이들에게도 선물과도 같았다. 환상, 꿈, 아름다움, 용기에 대해 디즈니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는 어른인 내 가슴마저 뛰게 만들었고, 이어지는 뭉클한 감동에 나도, 아이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토이스토리의 대체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장난감으로서 주인인 앤디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토이스토리 1편이 시작되었다. 2편에서는 앤디의 소중한 장난감인 자신들도 소중히 대접받고,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성숙해졌고, 3편에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앤디를 응원하고, 앤디와 보냈던 행복한 시간을 간직하며 어린 친구 보니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3편의 엔딩은 애니메이션 만화로서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해서, 4편 제작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비관적인 관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번 새로운 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새로운 장난감 포키의 등장이다. 포키는 이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첫날, 새로운 주인공 보니가 쓰레기통의 포크와 철사, 막대기를 모아 만든 장난감이다. 지난 세 편에서 등장한 장난감들은 모두 공장에서 제작된 것으로, 선물을 받든, 사왔든 하여 앤디의 친구가 된 것들이다. 이번 4편에서는 보니가 보니의 생각대로 만든 포키를 메인 장난감으로 등장시켰다. 문제는 포키다. 포키는 자기 정체성을 쓰레기로 의식하고 있기에 늘 쓰레기통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 포키는 영화 안의 여러 사건과 사고를 통해 장난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게 된다. 지식이 구성되듯이, 포키는 만들어졌고, 경험했고, 자신을 장난감으로 수용했다. 이미 장난감으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토이스토리는 그걸 강조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만든 장난감 대 구입한 장난감, 토이스토리는 `만든 장난감'의 유일성 역시 강조한다. 사실 포키와 동일한 것을 어디선가 구할 수 있었다면 영화 속 여러 사건의 개연성은 사라진다. 포키는 단 하나의 것이기에 대체할 수 없고 존중받는다. 그럼 구입한 장난감은 대체 가능하기에 존중하지 않아도 될까?

영화가 흐뭇했던 것은 그들 역시 존중받아 합당한 존재라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데 있다. 영화 속의 장난감들은 장난감의 주인인 어린이와 함께 놀며 삶과 추억을 공유한다. 그러기에 그것들 역시 유일해지고, 대체 불가능해진다. 삶이 묻어 있기에 그렇다.

토이스토리 4에 대해 평론가들은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한 영화'라고 말한다. 지어낸 이야기라 하더라도 지금 이 시대에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에 대한 긍정적 수용, 그리고 삶을 나눈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소중한 인식, 토이스토리는 오늘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버즈가, 이번에는 우디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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