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전 충북도지사의 `멋'이 그립다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의 `멋'이 그립다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6.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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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더불어민주당과 충북도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충북연구원이 최근 정책협약을 맺고, 국가와 충북 발전에 필요한 정책과 비전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민주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원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 5월 취임 이후 전국 광역 지자체 산하 연구원 등과 정책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책 협약을 단계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그의 행보에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은 사전선거운동의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충분히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행보지만,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의 싱크탱크를 책임지는 거물급 인사가 충북현안을 살펴보겠다고 나선 것엔 일단 우호적인 분위기가 읽힌다. 이번 협약에 따라 여당의 내년 총선 공약에 충북현안이 가감 없이 포함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정치는 여당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걸린다. 여당은 한 곳이지만, 야당은 여러 곳이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도내 8석을 싹쓸이한 전례가 있긴 하지만,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시행된 충북지역 총선에서 특정 정당이 독식한 적은 없다. 현재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4석씩 양분하고 있다.

야당의 싱크탱크나 중앙당에도 충북현안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야당에서 여당 일색인 충북도와 도의회를 찾아 충북현안을 묻긴 어려워 보인다. 민주연구원처럼 충북연구원과 정책협약을 맺는 행위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타 정당의 행보를 따라하는 모양새로는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북의 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야당에 알려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민선 2~3기 충북도정을 이끈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는 2006년 치러진 5·31지방선거 당시 여야 도지사 후보들을 초청해 도정설명회를 개최해 반향을 일으켰다. 본인의 당적은 한나라당이었지만 같은 당 정우택 후보는 물론 열린우리당 한범덕 후보, 민주노동당 배창호 후보, 국민중심당 조병세 후보를 초청해 도정 주요현안을 설명했다. 돌아갈 때는 도정현안이 담긴 CD와 책자를 후보들의 손에 쥐어줬다. 각 당에서 이를 바탕으로 공약을 만들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후 다시는 이런 설명회는 열리지 않았다.

본인이 불출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원종 지사의 `멋'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도정설명회에 참석했던 여야 도지사 후보들은 “이 지사의 당부처럼 깨끗한 선거, 화합 선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총선 결과가 지역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여야를 떠나 앞다퉈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우는 계절이 조만간 도래한다. 충북발전이라는 대전제하에 원론적이고 당위적인 계획이나 방침 수준이 아니라 정책의 집행 시기와 구체적인 실현방향까지 담아낸 공약이 필요하다.

민주연구원과 충북연구원은 협약 당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책 협력 등은 양 기관의 비정치적 사항에 한정한다”고 명시했다. 특정 정당만을 위한 협약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3선 단체장의 출마제한을 적용받아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당내에서도 중량감을 인정받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엔 현안이 많다.

이시종 지사 또는 충북도가 선제적으로 야당에도 충북현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다면 이 또한 멋진 일이 되지 않을까. 여야가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충북공약을 내놓고 충북도민의 심판을 받는 상상이 현실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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