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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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19.06.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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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구입 할 때마다 자꾸만 늘어가는 옷의 치수가 야속하다. 계절이 바뀌면서 꺼내 입어야 할 옷들은 이제 밀쳐버려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것저것 작아졌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다. 눈치 못 챌 만큼 조금씩 불어난 살들이 내 뒤에서 만족한 양 웃는 것만 같다. 감추기 급급한 터, 불룩한 뱃살 때문에 윗옷은 펑퍼짐하게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몸의 무게에 따라 내 외형이 달라져 버렸다. 어쩌면 좋으랴. 보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건강검진에서 얻은 결과는 엄한 꾸지람으로 스스로를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운동도 안 하면서 지나친 영양섭취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 나이 든 여성이 겪게 되는 신체적 건강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합당한 이유를 나름대로 들이댄다.

무게의 양립을 생각해 보았다. 너무 무거워도 안 되고, 너무 가벼워도 안 되는 게 어찌 사람의 신체에만 국한할까. 갑자기 마음의 무게가 떠올랐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 속에 무수히 일어나는 문제들, 때로는 그 무게로 인해 겪게 되는 심적 부담을 토로하고 싶어서다. 남들이 보면 평범한 문제에 지나지 않지만 어느 노랫말처럼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어찌 피할 수 있었겠는가. 그래도 내려놓지 않고 지내온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누구나 오늘의 건재는 그렇게 주어진 무게를 감당해낸 후에 얻은 결과이리라.

어디 그뿐이겠는가. 우리가 지니고 있는 마음의 무게들이 합당한 것들로만 형상화된다면 참 좋겠다. 나부터 우선 필요 없는 무게들을 측량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오해와 편견들이다. 그리고 켜켜이 쌓아둔 지난날의 묵은 감정들이다. 무겁게 자리를 잡은 채 혼돈을 가져온다. 이런 것들은 쓸데없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라고 알게 되었다. 어느 한구석 조금 손해 보고 아픈 기분인들 어떠랴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몸과 마음의 무게가 조화를 이루어서 더욱 건강한 삶이기를 바랄 뿐이다.

가벼워지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풍요로운 마음의 무게는 끝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 다듬고 꾸려가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온기 어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기다리던 시간은 토양을 촉촉하게 변화시키며 발아시킨 씨앗을 세상에 선보일 것이다. 갖고 싶은 새 마음처럼 잎이 되고 가지가 되어 자라가리라 믿는다. 가벼운 마음의 무게가 세상 속에서 쉽게 날아가고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여유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진정한 다이어트에 몰입한 기쁨을 맛보며 살고 싶다.

한결 홀가분하게 걷는다. 등 뒤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어 행복과 불행이 뒤따르는 것을 알았다. 우선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수긍하며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때에 이르렀다. 그래야만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건강을 위해서는 육체의 다이어트도 중요하지만, 뒷받침이 될 정신적 다이어트가 동반되어야 훨씬 효과적이리라 깨닫는다. 살면서 합당한 심신의 무게를 돌아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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