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학교, 지역사회 힘 모아야
위험한 학교, 지역사회 힘 모아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6.23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충북의 학교폭력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동급생간 집단폭행, 학생들 간 성범죄, 교사의 학생 성폭행 등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교육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충북의 학교폭력은 최근 4년간 1만1315건이나 발생했다. 하루 평균 6.2건으로 4시간에 1건꼴로 발생하는 셈이어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찰에 신고한 내용도 혀를 차게 만든다. 폭행·협박은 물론 공갈, 성폭력까지 만연해 있다. 피해자에게 영원히 정신적 상처가 되는 집단따돌림도 13.3%를 차지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제천의 한 고교에서 학생들이 또래를 잔혹하게 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폭력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청주에서는 고교생 4명이 여중생 2명을 성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에 충북도의회가 충북도교육청을 상대로 학교폭력과 성폭력 문제를 질타하고 나섰다. 이상정 도의원은 “20여 가지 관련 예방사업을 하는 데 왜 더 나아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이 학교폭력에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폭력 SOS지원단 가동, 학교폭력대책 지역협의회 운영 등으로 학교 현장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와 관련해 김병우 교육감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육적 접근밖에 못하는 한계가 있고 부모도 모르는 일을 교사 관심만 가지고 알 수는 없지 않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또 “세상과 사회적 기준이 바뀌었는데 교사들의 교육 방법은 봉건 윤리 기준으로 옛날 방식에 기대 회초리와 호통, 규제 단속에 너무 기대 미숙한 것이 사실이다. 학교 밖 행동 등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고 범사회적인 염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충북 교육 수장으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과 그 심각성만 가지고도 도교육청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에 대해 고민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성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성도 실력으로 보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교과위주의 교육과정에서 벗어서 인성 교육이나 생활교육 역시 학교의 중요한 교육과정의 하나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조금이나마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문제는 교육당국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사회가 공동 책임 의식을 가져야 문제의 근원적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학교는 누구에게나 꿈과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넘어서 아이들 하나하나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다. 학교폭력과 위기학생 문제는 교육당국 혼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지역사회 전체가 학교폭력 예방에 지혜와 뜻을 모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