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공존
자연과의 공존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06.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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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구룡산 자락에서 나무들의 젖줄을 먹고 크는 아이들이 있다. 구룡산은 누구라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고, 두꺼비의 서식처이기도 하며, 고라니나 다람쥐, 다양한 산새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곳이다. 생태교육 시간의 숲 속 수업은 맑은 공기 속에서 피톤치드를 듬뿍 들이마시며 사교육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생태계를 관찰하며 자연과 하나 되는 힐링 수업이다. 그러나 여름이 되어 풀이 우거지면 아이들은 그만 친하게 놀던 구룡산이라는 친구와 더는 놀 수가 없다. 풀숲에서 뱀이나 독충에 물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성화초 어린이들은 이웃인 구룡산과 더 친하게 놀며 함께 호흡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4월부터 구룡산과 함께 하는 성화 숲 놀이터를 구상해 보았다. 우선 교육과정 운영팀을 구성해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기, 구룡산을 같이 사는 삶의 공간으로 생각하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기라는 프로젝트의 3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 후 석 달 동안 자신들의 놀이 모습을 알아보며, 놀이 지도를 만들고, 새로운 놀이 공간에 대하여 생각해보며, 바로 곁에 있는 숲을 놀이 공간으로 활용하되 생태적 관점에서 될 수 있는 대로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보전하며 함께 하는 놀이터로 만들 방법에 대하여 연구했다.

200여 명의 6학년 아이들이 8팀으로 나눠 전국 각지에 있는 숲 놀이터를 방문하여 직접 체험도 해 보고, 장·단점을 찾아내어 결과를 시청 관계자분들과 국회의원 및 시 의원, 지역 주민을 모시고 발표회도 했다. 그리고 청주시청과 함께 학교, 지역, 자연이 상생하는 성화 숲 놀이터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했다. 협약서의 주요 내용은 1. 사용자(학생과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용자 참여형 성화 숲 만들기, 2. 교육과정과 수업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용자 참여형 공간 구성하기, 3. 구룡산 숲 생태계의 보전 및 회복의 관점에서 놀이터 조성하기, 4. 주민의 의견 수렴과 주민 참여 지원을 통하여 숲 놀이터가 지속 운영되도록 하기, 5. 숲 놀이터 조성에 관한 계획·과정·결과에 대한 제반 사항을 공유하여 놀이터 사용 및 관리에 대한 원칙과 방법을 함께 수립하며 함께 만들고 가꾸어 가기 등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관행처럼 기관에서 행정의 눈으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통하여 모두가 상생하는 공간을 함께 만든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더군다나 초등학생들이 자연과 함께 살아갈 방향을 꿈꾸고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을 만들었을 때 곧 이 지역의 주축이 될 아이들은 이 공간이 함께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내 몸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것이다.

산업의 발달로 자연의 훼손이 극대화되어 지구의 울부짖음을 뉴스를 통해 수시로 접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물론이고 빈번한 지진과 화산폭발, 기습 폭우 및 해일과 특대 급 태풍과 아열대성 더위와 빙하의 해빙 등을 통하여 자연은 이미 인간에게 여러 차례 경고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와중에 청주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의 해결방안으로 구룡산 일부를 개발하고 민간공원을 추진하겠다고 하여 시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자연 공간이 30% 줄어드는 만큼 인간의 생명 또한 그만큼 단축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지역 주민과 함께 모색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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