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무수 2
호자무수 2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19.06.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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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옹졸한 내게 알맞은 오막살이
턱 고이고 앉아 저녁을 기다리
네.

대낮에 우는 두견새 소리는
깊은 곳에 산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하네.

반갑습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싱그러운 초록이 온 산을 덮고 상큼한 한 줄기 바람이 불고 있네요.

이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무문관 제4칙 호자무수(胡子無鬚)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자무수는 달마대사가 왜 수염이 없느냐고 묻는 장면이지요. 이는 무문관 제1칙 조주구자를 공부하셨던 분이라면 어려운 조사의 관문도 투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데요.

혹여 달마 대사를 직접 보고 수염이 있다 없다 하게 된다면 이는 곧바로 두 가지 분별의 길로 들어서게 되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눈을 뜨고는 있지만 진짜는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당연히 진짜 참구도 아니고 진짜 깨달음도 아니라는 말인데요. 달마 대사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달마도로도 접할 수 있지요. 여러분께서도 달마도에서 달마 대사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달마 대사는 약 500~600경 중국 당나라 때의 인물로 선종(禪宗)의 개조(開祖)이며 인도 이름은 보디 다르마(Boddhi―dharma)이시지요. 보리달마(菩提達磨)라고도 하고 달마(達摩)라고도 부르는데 원각대사(圓覺大師)라는 시호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6세기 초 인도에서 화북(華北)으로 건너와 낙양(洛陽)을 중심으로 활동하셨는데요. 11세기 때 정리된 전승설화 외에 전기나 사상 등에 의하면 선사의 행적이 불분명하였으나 20세기에 들어와 돈황(敦煌)에서 발견된 어록에 의해 대사의 벽관(壁觀)으로 일컬어지는 독자적인 선법(禪法)과 제자들과의 문답이 확인되어 그의 실상이 밝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달마대사는 `불립문자(不立文字)'와 `직지인심(直指人心)'이라는 혁명적인 선언을 했던 분이시지요. 달마 대사에게 수염이 있냐 없냐는 물음에 무문선사는 이렇게 답하고 있는데요. “깨달으려면 진짜로 깨달아야지 모름지기 한 번 친견했다고 말한다면 이는 곧 바로 두 개가 되어버린다.”라고 말입니다.

선의 세계에서 수염이나 머리털 등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는데요. 머리털은 번뇌의 상징으로 백초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번뇌 망상이라 하는 것을 호자무수 같은 공안은 사람의 욕구 자체를 하나의 인지과정에서 완전히 분리시킴으로써 스트레스의 발생과 스트레스 해결과정인 번뇌 망상이 사유의 과정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 단련을 하게 하는 공안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인지와 사유를 담당하는 정신기능을 자아라고 할 때 이것은 곧 자아와 욕구의 분리 혹은 욕구로부터 자아가 자유롭게 해방되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4칙 호자무수(胡子無鬚) 공안에서 흑암 선사와의 문답을 통해 사유할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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