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괴물사회로 만드는가
무엇이 괴물사회로 만드는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6.17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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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전 남편을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 사건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잔혹한 살해수법이 충격적인 데다, 현 남편의 아이 사망사건까지 딸려나오면서 사회적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제주에서 벌어진 이 끔찍한 사건은 청주 사람들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고씨가 현재 청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지난 3월 발생한 현 남편 아이의 돌연사도 개운치 않으면서 청주가 강력사건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도 두세 명만 거치면 누군지 알 수 있다는 말이 통할 만큼 좁은 청주에 끔찍한 살인용의자가 버젓이 이웃으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지역에 충격파를 던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 남편이 지난 3월 발생한 아이의 돌연사도 개운치 않은 점이 많다며 제주지검에 고유정을 고소하면서 제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불똥은 청주로 떨어졌다. 살인사건을 두고 청주와 제주 경찰의 공조 여부도 지켜봐야겠지만, 고씨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건은 얽히고설키는 모양새다.

경찰에 잡힌 고씨는 비상식적이고 수상하다. 전 남편의 살해는 인정하면서도 살해 이유와 시신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고씨의 얼굴이 공개되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계획된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고씨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법적 공방에서 유불리를 계산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않)는 고씨의 정신세계가 두려울 뿐이다.

사건의 사회적 파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남편의 살해 과정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고씨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열흘 만에 16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강력 범죄가 남의 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감과 공감대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보인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고씨에 대해 여러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자기연민형 사이코패스적 성향이라고 분석하는가 하면, 경계성 성격장애로 분노 조절이 되지 않은 피의자가 감정 기복을 다스리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런가 하면 경찰은 수사 브리핑을 통해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아니라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라고 발표했다.

어떤 성향으로 고씨가 끔찍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을 통해 괴물사회로 변해가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실제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부쩍 늘어난 강력 범죄를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불만에서 발생했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이 그랬고,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칼을 휘둘러 사상자를 낸 안인득 사건도 그랬고, 조현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도 범죄의 이유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가 빚어내는 끔찍한 현실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병원 밖 중증 정신질환자는 43만40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8만2776명으로 19.1%에 불과하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937명 가운데 80%가 넘게 보호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5개 군은 아직도 이를 담당할 센터가 없다. 사회 불안 요인을 많아지는데 안전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괴물사회가 되어가는 것이다.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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