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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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06.1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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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완득이'가 처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던 때가 생각난다. 청소년문학에 상을 준다는 것이 신선해서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작품이 성공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화가 진행됐기에 기쁘게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 어떤 작품이 상을 받나 보게 된다. `완득이'에 이어, `위저드 베이커리', 그리고 `아몬드'까지. 취향이 아니라 아쉬웠던 작품도 있고, 신선했던 작품도 있었다. 작년에는 왜 책이 안 나오나 하고 찾아봤다가 수상작 없음 발표를 보고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한 해를 거르고, 2018년 하반기에 공모를 받아 수상 소식을 접했다. 수상작이 언제 나올까 기다리다 얼마 전 책이 출판되어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할 2018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를 말이다.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지지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심사위원 전원이 지지했다는 것은 이 작품이 정말로 재밌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 책 뒤표지의 소개를 읽어 보니 `부모를 선택하는 시대. 내 손으로 색칠하는 미래'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부모를 선택할지에 대한 생각은 한 번쯤은 해봤음 직하다. 하지만 왠지 부모님께는 죄송해서 말할 수 없었던 생각을 글로 쓴 듯하여, 과연 괜찮은가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나라의 지나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을 거둬 정부보육시설에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기른다.

정부보육시설의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기 위해서 일종의 인터뷰를 치르는데, 이것을 아이들은 은어로 `페인트'라고 부른다. 두 번의 면접을 거쳐, 괜찮겠다 싶으면 한 달간의 합숙을 하고 최종 선택을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해서 시설을 벗어날 수 있고, 부모를 선택하면 시설에서 자랐다는 기록이 말소된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부모와 새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부부는 여러 사회적 혜택을 받게 된다.

반면, 부모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는 정부보육시설의 아이라는 일종의 꼬리표를 달고 성인이 되면 시설을 나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도 성인이 되기 전 부모를 선택해서 나가고자 한다.

이야기는 제누 301이라는 열일곱 살 소년이 부모가 되기 위한 부부의 면접을 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제누는 정부지원을 받기 위하여 자신과 면접을 보는 부부들이 못마땅하다. 열일곱 살까지 시설에 남는 아이가 드물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얼른 부모를 정하라며 조급해한다. 그러다 부모 면접이 전혀 준비되지 않고, 제멋대로 사는 것 같은 독특한 한 부부를 만나게 된다. 해오름과 하나라는 독특한 부부, 가디(보육자)들, 보육시설의 다른 아이들이 나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족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독특하고 신선한 주제다. 계속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오래간만에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읽었다.

등장인물들과 주인공과의 대화, 몰래 엿들은 가디들의 대화가 마음에 남는다. 제누의 선택이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했던 탓에 단숨에 읽었는데, 아쉬움이 계속 남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외전 혹은 후속편을 외치게 되는 책을 만난 것 같다. 아키의 이야기나 제누의 이야기, 해오름과 하나의 이야기, 가디들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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