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알사탕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6.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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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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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듣기에도 거북한 패륜적인 범죄가 양산되고 있다. 아침 뉴스에 친모가 아이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소식이 하루를 우울하게 한다. 아직 의사 표현에 서툰 아이를 상대로 하는 범죄는 엄하게 다스려지길 원한다. 그러다 문득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도구가 생기면 소통이 원활해질까, 그러면 이런 강력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까, 뜬금없는 생각을 했던 날, 백희나 작가의 명작 『알사탕』이 떠올랐다.

주인공 동동이는 혼자 구슬치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명 `자발적 왕따'다. 친구에게 놀자고 말도 못하는 소심함에 늙은 강아지 구슬이만 끌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문구점에서 예쁜 구슬처럼 생긴 알사탕 몇 개를 산다. 신기하게도 색깔이 다른 사탕을 입에 넣을 때마다 주변 물건이나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돌아가신 할머니와 대화할 수 있는 핑크색 알사탕의 등장은 아련한 그리움의 세계로 안내한다. 동동이의 절친 구슬이가 이젠 늙어서 놀아주기 어려워 피해 다닌다는 것도 알게 된다. 늘 엄마의 빈자리까지 꽉꽉 채워 잔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까칠하고 혼내기만 하는 아빠의 속마음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였다니. 동동이는 그제서야 설거지하는 아빠를 등 뒤에서 가만히 안아 드린다. 마지막에 먹은 투명한 사탕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까 드디어 동동이는 놀이터에 있는 친구에게 `나랑 같이 놀래?'하고 먼저 말을 건다. 투명한 사탕에 이름을 붙이자면 `용기 사탕'쯤 될 것이다. 그림책의 첫 장은 혼자로 시작했지만 마지막 장은 동동이의 집 앞에 친구 것으로 보이는 보드와 동동이가 탔던 스카이씽씽이 함께 놓여 있다. 드디어 동동이가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이다. 엄마 없이 할머니 손에 길러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런 빈자리를 아무 일 없이 살아가고 싶은 아빠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상황을 잘 이해하고 대화의 도구로 등장한 알사탕이 우리 삶에도 있다면 생은 참 풍요롭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해보았다.

근대 철학자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코나투스(conatus)'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는 어떤 상태를 지속시키는 힘을 말하며 개인 내부의 능산적 자연의 힘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보존 능력이다. 경험론자, 합리론자이기도 한 스피노자는 개체와 개체의 마주침이 코나투스의 증진과 감소를 가져온다고 보았으며 긍정의 코나투스를 발산하는 사람과의 연합이 기쁨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모든 불통과 반사회적인 행동은 `코나투스'의 부재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분석해 본다. 그리고 건강하고 명랑한 주체적인 인물이 연대를 이루어 공동체를 만들 때 더욱 아름다운 `코나투스'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범죄나 사회현상을 두고 절망하기보다 건강한 영혼의 소통과 연대에 소망을 걸게 된다. 서로가 감시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원론적으로 파헤치자면 끝 간데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는가. 우선 내 주위를 밝히는 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잠재적 범죄를 막는 자유롭고 행복한 소통의 알사탕이 당신이 되어 주길 바란다. 언젠가는 교육과 양육, 돌봄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돌아가는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스피노자가 강조한 마주침의 역동이 우리 생을 질 좋은 삶으로 이끌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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