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결속의 힘 보여준 영동군
민·관 결속의 힘 보여준 영동군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6.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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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영동군이 총력을 기울였던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14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영동군을 포함한 양수발전소 건립 예정지 3곳을 최종 발표했다. 양수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에 남아도는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린 뒤 낮에 물을 내려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이다.

한수원은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연초에 양수발전소 입지조건이 양호한 전국 7개 지역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모했다. 이중 4개 지자체가 응모해 영동군과 강원 홍천군, 경기 포천시가 낙점을 받았다. 영동군은 한수원이 꼽은 7개 후보지 중 가장 먼저 45개 사회단체로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관 공조체제를 가동했다. 추진위가 진행한 서명운동에는 3만200여명이 참여했다. 전체 군민의 60%에 달한 만큼 성인 대부분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군민결의대회에도 5000여명이 참가해 유치 의지를 과시했다. 가장 높은 평점으로 최적지에 뽑힌 데는 이런 과정이 작용했다.

선제적 대응전략을 짜고 여론을 결집시켜 일찌감치 한수원의 눈도장을 받은 박세복 군수의 역할이 컸다. 특히 양수발전소가 충청지역에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시종 충북지사를 설득해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의 지원을 얻어낸 것은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영동을 지지한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의 공동건의문이 한수원 결정에 쐐기를 받았기 때문이다.

500㎿ 규모의 양수발전소가 건설될 영동에는 사업기간인 12년간 8300여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영동군에 유치된 역대 최대 규모 국책사업이다. 6000억여원이 지역경제에 연계될 직접 공사비로 투입된다고 한다. 한수원은 1조3500여억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와 678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영동군이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동안 군민들이 보낸 열정적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다. 사전 준비단계부터 한수원과 긴밀하게 유대하며 양수발전소가 지역을 살찌울 풍성한 과실을 맺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업 예산이 지역에 최대한 스며들어 침체한 지역경제에 단비가 되도록 실리적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유발효과가 1조3500여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수표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영동군이 한수원보다 뛰어난 기획 역량을 발휘해 준비단계부터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한수원 지원사업과 상생사업도 촘촘하게 구상해 지역에 실익을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숙제는 그동안 소외돼온 피해 주민들을 보듬는 것이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설 지역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대대로 생계를 의지해온 농토와 그들의 정서적 역사가 담긴 주거지의 수몰을 지켜봐야 한다. 도시생활을 접고 귀촌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양수발전소가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 그들의 당연한 항변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명분과 대세를 앞세워 외면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영동군은 촉박한 일정에 쫓기면서도 삼고초려 하며 예정지 주민 설득에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이 겪을 소외감과 박탈감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교감과 소통의 행보를 더 강화해 그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박세복 군수는 양수발전소 후보지를 확정받은 날 “수몰 이주민들의 아픔을 달래고 최상의 지원과 보상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보상과 지원을 약속하는 것보다 그들의 상실감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수발전소 유치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을 거듭 설명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전 군민의 환영을 받는 양수발전소 건설을 다음 목표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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