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로 가는 차 2
맹물로 가는 차 2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6.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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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제7광구를 두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대륙붕 협정을 맺었다. 2개 협정, 5개 부속 문서로 이루어진 대륙붕 협정의 골자는 제주도 남부 해역 공동개발. 분쟁의 초점이었던 영유권 주장을 서로 덮어둔 채 해저 자원 공동개발에 합의한 것이다. 협정은 `제7광구에서 기름이 솟을 것'이라는 꿈을 안겨주었다.

대륙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한 국제기구가 1968년 발표한 보고서 때문. `거대한 유전의 존재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우리 정부는 제주도 남쪽 8만㎢를 제7광구로 정하고 한국령으로 공식 선포했다. 거리상으로는 한국보다 훨씬 가까웠던 일본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해당 지역은 지리적으로는 일본에 더 가깝지만 당시 대륙붕연장론이 우세했던 국제정세에 따라 1970년 5월 한국이 먼저 7광구를 개발해 영유권 선포를 하였으나, 일본의 반대에 부딪혔으며 당시 탐사기술과 자본이 없었던 정부는 1974년 일본과 이곳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한ㆍ일 대륙붕 협정을 맺었다. 협정에 따르면 이 지역의 탐사 또는 개발과 관련하여 한ㆍ일 양국이 공동 개발한다는 것이다. 즉, 어느 한 쪽이라도 자원탐사 및 채취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협정은 1978년 발효되었고, 50년간 유효함에 따라 2028년 만료된다.

2009년 국제연합 대륙붕한계위원회(UN CLCS)에서는 인접국 간 영토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안 마련을 위해 관련국 51개국에 3년 시한 안에 자국의 대륙붕 관할을 주장할 수 있는 정식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국제해양법에서 연안국으로부터 200해리까지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육지로부터 바다 쪽으로 이어진 지층구조가 200해리 이후까지 자연적으로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을 경우 대륙붕 한계를 최대 350해리까지 설정할 수 있어 연안국 간 분쟁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과 중국은 2009년 각각 수백 쪽의 `대륙붕보고서'를 UN에 제출했으나, 한국 정부는 100여 쪽 분량의 정식문서를 만들어 놓고도 8쪽의 예비보고서만 제출하였다. 이후 2012년 12월 26일 대한민국은 대륙붕 정식보고서를 국제연합 대륙붕한계위원회(UN CLCS)에 제출하였다. 한ㆍ일 대륙붕협정이 만료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 놓지 못하면 2028년 이후, 국제해양법에 따라 7광구의 대부분은 일본 측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양국의 대립 속에 1972년 일본이 뜻밖의 제의를 해왔다. 바다의 중간선에서 일본 쪽으로 넘어온 부분에 대해 50%씩의 지분을 갖자는 것. 일본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당시까지 해저 영토에 대한 지배적 이론이었던 `자연연장설'로 볼 때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분쟁하는 동안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原油 채굴 중인 동지나海 저류층에 해저 파이프라인을 건설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는 대륙붕에서 중국이 원유를 캐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실제로 중국은 우리가 50%의 소유권을 가진 제7광구 바로 옆에서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제주도 남쪽 동지나해에는 `제주분지'로 불리는 거대한 퇴적지역이 있는데, 이곳에는 석유가 매장된 저류층(貯流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7광구 바로 옆에서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면, 원유를 담는 이 저류층은 중국이 소유권을 가진 광구에서부터 7광구 사이에 걸쳐 있을 수도 있다.

일본은 총리실 산하에 전담 연구소를 설치해 미래에 대비하는 반면 한국은 그나마 있는 부처마저 폐쇄하는 실정이다. 중국과의 대륙붕 협정도 과제다. 서해에서의 탐사 작업이 중국 군함의 위협으로 무산된 적도 있다. 중국과 일본의 공세로부터 수많은 지하자원이 묻혀 있는 해저 영토 대륙붕을 지켜낼 수 있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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