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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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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타결 이후
한 정 석 <논설위원>

'한·미 FTA 최대의 수혜자들은 두 나라 소비자들이다!' 한·미 FTA 이후 국민통합을 위해 대중매체들이 내세우는 메시지다. '권위주의 정치의 해체기'에 그 효과는 톡톡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 땅의 보수 세력이 국민들의 반발을 동의로 바꿔내는 대단한 선전효과를 노리고 있을 따름이다.

지난 4일 아침 서울의 언론사들은 '찬성' 쪽에 초점을 맞췄다. 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10% 가량 올랐다는 것도 그 쪽 얘기다. MBC 32.2%, KBS 32%, 조선일보 29.8%, 놀라운 변화다. 정부와 주요 언론들이 타결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한나라당, 재계, 보수단체 등에서 한·미 FTA 찬성쪽 주장을 두루 퍼뜨려온 덕택이다. 지난 3월 24일 한겨레신문이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의견이 47.5%로 찬성(40.5%)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래서 한·미 FTA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들이 아니라 노 대통령인 셈이다.

한·미 FTA는 올해 말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총선, 그리고 국회비준 절차 등을 감안할 때 2009년에야 효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해 그 효력이 생긴다 해도 그땐 이미 노 대통령은 공직자가 아니다. 지지 세력을 뒤로 하면서까지 노 대통령이 임기 내 '타결'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이유를 그의 감추어진 정치적 의도에서 읽어내려 갈 수밖에 없다.

그에게 덧씌워진 '무능과 독선'의 이미지로 그의 지지율은 오랫동안 20% 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의 특검제에서 보았듯,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시한다는 자신의 이미지마저 최근 안희정씨의 대북 비밀접촉 사실로 상처를 입었다. 한·미 FTA 타결로 노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

노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 더 '무능한' 대통령이란 비판을 단 '한방'에 날려버렸다. '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막고, 국내정치의 주도권을 되찾는 효과도 내게 되었다. 그를 현실정치에서 더욱 고립시켰던 통합 신당 이야기를 잠재운 것도 대단한 전리품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여권에서 다음 정권을 다시 만들어 내는 데 이전과는 달리 자신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청산하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효과도 노려볼 만하다.

순박한 시민들의 생각은 권력쪽과는 다르다.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 거의 모든 선전 도구들을 정부와 보수언론이 선점하고,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시민사회가 소통하도록 하는 공정게임을 하자는 말이다. 협상 반대집회의 참가자들을 집 앞에서 막아서는 게 참여정부가 할 노릇인가. 정부는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과 주고받은 문서는 3년 뒤에야 모두 공개하기로 미국과 합의를 했다. 국회 비준까지 시민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겠다는 계산이다. 신민(臣民)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이 위임한 권력이 중요한 국가적 선택을 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미 FTA는 타결만 되었지 효력발생까지는 아직도 '산넘어 산'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의 선전전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권력의 주체이자 소비자 주권을 가진 시민들은 권력 핵심부와 보수 세력이 시민들과 벌이는 '게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그들의 선전에 말려들어 주권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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