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다는 이유로
친하다는 이유로
  •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 승인 2019.06.12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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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박사윤 한국교통대 한국어강사

 

요즘 친구에게 문자가 자주 온다. 친구가 힘든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스쳐보고 바로 답장을 못 했는데 오늘 또 문자가 왔다. “친구 잘 있나? 요즘 많이 바쁜가 보군.” 순간 뜨끔했다. 친하다는 이유로 조금 있다 보내야지 하고 미루었다가 또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친구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들은 건 참 오래간만인 것 같다. 친구의 사전적인 뜻은 가깝고 오래 사귄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친구를 가깝고 친하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대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친하니까 괜찮겠지. 내 사정을 잘 아니까 이해하겠지.' 가끔 이런 착각 속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함부로 대하게 되거나 피해를 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친한 사람에게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너는 이해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행동할 때가 잦다.

몇 년 전 SNS의 친구 찾기를 통해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35년 전에 친하게 지냈으나 결혼이나 주거지 변경 등 여러 이유로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만난다니까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친구들을 중간지점을 정해 서너 달에 한 번 서울, 수원, 청주 등에서 만났다. 처음 설렘과는 달리 만나면 만날수록 뭔지 모를 불편함이 생겼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는 들뜬 마음을 안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허전함과 허무함을 데리고 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임에 다녀오고 나면 한동안은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었다. 그러고도 또 모임에 가서 상처를 받고 돌아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더이상 만남이 무의미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너무 오래 만나지 못했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였을까? 삶의 수준 차이였을까? 그 당시는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그건 서로 연락 없이 지냈던 세월이 길었기 때문도 아니었고, 삶의 수준 차이가 아니라는 걸.

열네다섯에 만나 매일 붙어다니다시피 했던 친구들은 과거 속에 사로잡혀 있어 35여 년 전의 친구로만 보았다. 무슨 말을 해도 서로 이해하게 되고 넘어갈 수 있었던 순수함이 그 당시에는 있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렀고 중년이 된 친구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은 잊고 대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보다 편하고 허물없이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과 행동이 문제였고, 서로 배려해 주지 못한 데에서 서운함이 있었으리라.

우리는 친하다는 이유로 모든 걸 다 이해해 주고, 문제가 생겨도 그냥 넘어가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버리는 오류를 범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서먹해지고 서로 불편해진다는 것을 망각하다가 결국 좋은 관계가 깨지고 나서야 후회한다는 걸 자주 잊는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내 귀에 맴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옆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다정한 말 한 마리라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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