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와 인성교육
무예와 인성교육
  • 김영식 한국교원대 교수
  • 승인 2019.06.11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김영식 한국교원대 교수
김영식 한국교원대 교수

 

2010년에 개봉한 이정범 감독의 영화 `아저씨'는 개봉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등급에도 불구하고 배우 원빈의 화려한 액션과 강렬한 눈빛 연기로 60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원빈이 영화에서 호랑이 발톱을 형상화해 무기화시킨 `카람빗'으로 단숨에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은 대표적인 액션신으로 많은 관객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이때 원빈이 선보였던 그 무예가 바로 펜칵 실랏(Pencak Sil at)이다. 인도네시아어로 `예술적으로 방어한다'는 뜻이다.

펜칵 실랏은 말레이 민족(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의 전통 실전 무예이다. 이 무예는 영적 수련, 자기방어, 문화·예술, 스포츠의 성격이 결합하여 계승·발전되어 오고 있다.

호신 무예였던 펜칵 실랏은 이슬람 문화권 국가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종교적인 색채가 희석되며 보다 다양한 수련층과 수련인구의 증가를 가져왔다.

펜칵 실랏과 같이 오랜 역사를 지닌 무예들은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이 담겨 있다. 따라서 무예교육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

서양에서는 격투나 전쟁기술과 같은 실전형 신체활동이 스포츠로 발전해온 반면 동양에서는 전통문화 속에서 신체활동으로서의 무예가 발전해 왔다. 그리고 서구 스포츠와 달리 동양의 무예는 몸과 마음을 단련해 전인적 인격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겨루기 이후 모두가 화합하는 공화사상이 담겨 있다.

무예는 대부분 유(儒), 불(拂), 도(道) 등과 같은 전통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수없이 강조되는 예절교육이나 수련과정은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다. 특히 동양에서는 전인적인 인간 형성을 위한 과정으로 수양(修養)을 강조했고 이것은 수양의 한 방법으로 무예가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는 가치있는 신체활동 교육내용으로 교육과정에 채택되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구스포츠에 비해 무예가 우리 사회에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그 이유는 서구스포츠의 경우 오락과 레크리에이션적인 요소가 강하고 결과중심으로 즐길꺼리로 보편화된 반면, 무예는 수련과정에 있어 정적이고 엄격한 규율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예의 가치를 올바르게 알고, 전통을 계승하는 차원이 아니라 무예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살려 실천적인 입장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유도와 태권도, 우슈 등이 스포츠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전 세계에 보급되는 사례를 볼 때 무예에 스포츠적인 요소의 가미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나 2017년 진천세계청소년무예마스터십의 각 경기장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예가 추구하는 인격형성과 전인교육의 실천적 장으로 치열한 경쟁 후에 서로를 껴안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자아냈다. 금년 8월 30일 충주 일원에서 열리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참가자들이 무예 정신인 예의와 배려, 그리고 평화를 위한 화합의 장을 만들 뿐만 아니라, 경기를 통한 선수와 참가국들의 협력과 상생, 통합을 실천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올해 두 번째 개최되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서구올림픽에 밀려 있던 동양 무예를 국제종합무예대회로 끌어올려 세계무예올림픽의 청사진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대회가 성공적인 개최로 우리 국민의 화합과 세계인들의 평화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