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문학의 길 … 詩語로 버무려진 삶의 회환
50년 문학의 길 … 詩語로 버무려진 삶의 회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6.1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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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동 시인, 여덟번째 시집 `무채색의 하소연' 발간
85년 세월 속 눈물·기쁨·열정 등 담백하게 풀어내
김 시인 “메마른 세상 아름답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사랑을 찾으러
살며시 광야로 갔다
죽도록 기도하고 또 하고
들어 달라 애원하는
하여 반짝이는 사랑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

네가 있어 시간에 새기면서
좋아하는 사람
그리운 마음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 슬프고 깊은 피정
흔들리는 목소리로
시상에 잠긴다

- 무채색의 하소연 중에서

청주에 뿌리를 두고 50평생 문학의 길을 걸어온 김효동 시인이 삶의 회한을 담은 시집 `무채색의 하소연'을 발간했다.

시인이 여덟 번째로 출간한 시집은 여든을 넘긴 노시인의 발자취다. 그가 걸어온 길에 뿌려진 눈물과 기쁨, 환희와 열정, 애환이 시어로 버무려진 시편들은 담백한 하소연으로 다가온다.

본문은 5부로 구성했다. 1부는 `너를 보내는 길', 2부 `어느 날 꽃이 피면', 3부 `믿음이 생겨나서', 4부 `아주 이곳으로 오시게', 5부 `고운 숨결 빗질하면서'등으로 75편 시가 수록됐다. 청주에서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 후 지역 문단 활동에 주력해온 터라 시인의 시에서도 지역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긴다. 미호천, 성안길, 사직골, 천황봉, 청주 등 이름부터 친숙한 공간은 시인이 바라본 풍경과 눈길, 추억이 깃들어 있다.

나이 듦에도 개구쟁이 같던 시인의 모습은 여전하다. 하지만 세월은 그에게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라는 의미에선지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온다. `무채색의 하소연'은 이런 시인의 심정도 엿볼 수 있다.

김 시인은 시집을 내며 “하염없이 흘러간 85년 세월이 오늘따라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자꾸만 속상하다”면서 “인간의 삶을 다양한 무늬로 수놓아 메말라가는 세상을 아름다운 물감으로 칠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 했지만 낙서로 처분되기 일쑤였다”고 자조했다.

그렇게 글을 쓴지 50년이 넘었다는 시인은 문학의 길은 고독이라고 말한다.

김 시인은 “체험과 과정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또한 저널리즘과 함께 다양하게 살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려 발버둥쳐 봤지만 소용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반항심과 가난과 고독의 아픔을 잊으려 문학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들려줬다.

이어 “아직도 우수 깊은 연민의 심정으로 그 많은 흉터를 어루만지면서 쩔쩔매고 있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늘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시집도 마찬가지다”고 말하고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예전처럼 거동이 자유롭지 않아서 병든 몸으로 버텨가며 남은 여생을 못난 삶의 치유가 속살까지 물들게 차분하고 여유롭게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효동 시인은 현대시학과 시문학으로 등단, 충북문인협회장과 내륙문학회장, 국제펜 충북회장, 한국시문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징검다리 곁에서', `이화령을 바라보며', `눈 뜨고 있으면서 참으로 눈 뜨지 못하면서', `무심에 살으리', `고독의 서곡', `아픔의 유혹', `은가락지 별곡'등이 있다.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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