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커 군과 교과서 친구들의 수상한 과학책
비커 군과 교과서 친구들의 수상한 과학책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19.06.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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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고등학교 2학년 오후 보충수업 시간에 처음 헌혈을 했다. 헌혈증을 기증하려는 거창한 이유 따윈 없었다. 대륙이동설을 한참 배우던 지구과학 보충수업을 피해보고자 하는 얄팍한 생각이었다. 나는 그 이후로 치과를 가거나, 거꾸로 나는 속눈썹을 뽑을 시기가 다가오면 예외 없이 지구과학 보충수업 시간에 갔다.

과학 보충수업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은근히 학교 행사 등 어떤 사건이 벌어지길 기대했다. 그만큼 나에겐 생물이니, 지구과학은 판타지 소설만큼 이해하기 힘든 과목이었다. 사람들이 날아다니고 손에서 장풍이 나오는 무협 판타지 이야기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주의 행성이나 고대 생물엔 무엇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과학 과목은 좀처럼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지금에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대륙이동설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을 앞에 두고 `대륙이 이동한다면 저쪽 대륙으로 갈 때 폴짝 뛰어가면 되나'하는 상상을 하는 그런 아이였다.

이런 나에게도 과학이 쉽고 재미있음을 알려준 책이 바로 `비커 군과 교과서 친구들의 수상한 과학책'(우에타니 부부 글·그림, 2019, 더숲)이다.

올해 중학교 입학한 조카 녀석과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읽었다. 표지에도 떡하니 “키득키득 웃다 보면 어느새 과학개념이 스르륵~”이라고 쓰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과학책인지 모르고 샀다. 저자가 `우에타니 부부라니 뭔가 재미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그냥 구매해버린 것이다. 나처럼 과학을 알지 못하고, 과학이 재미없는 사람에게 과학은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과학실에서 등받이 없이 동글동글한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과학교과서에 그림을 그리고 키득거리는 장면이 상상된다. 그 시절 과학교과서에 낙서하면서 그리던 딱 그런 그림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커군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는 그 시절 재미없고 따분하기만 했던 과학이 이렇게 쉽고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었음을 알려준다. 우리의 과학 교과서도 이렇게 재미있으면 과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기는 일은 없지 않을까? 과학법칙은 왜 이렇게 어려운 단어로 설명되어 있는 걸까? 이렇게 쉽고 재미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과학교과서의 비커군과 국어교과서의 맞춤법양, 영어교과서의 스펠링군, 수학교과서의 방정식양들이 앞다투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그런 교과서를 말이다. 책가방 속에서 교과서를 꺼내는 손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고 유쾌한 책을 읽었다. 나에게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마법을 보여준 책이다. 비커군의 다른 과학 이야기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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