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기술 강국
초격차 기술 강국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6.10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미중간 무역 분쟁에 낀 대한민국의 처지가 꼭 그 모양새다. 당장 국가 경제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증권시장에 충격파가 던져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증권시장의 시가 총액은 1595조5761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24조7396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은 102조8335억원, 코스닥은 21조9061억원 각각 감소했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시가 총액 125조여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증시에 폭락장이 닥친 지난해 10월 한 달간 시가총액 263조원이 증발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거래소 시장의 시가 총액은 증권시장에 상장된 우리나라 대표 기업 1800여개의 청산 가치를 의미한다. 이 시가 총액이 지난 4월 말 1719조원에서 5월 말 1595조원 대로 무려 7%대 급감한 것이다.

증권가는 이 기간 주식 시장 추락의 원인을 국내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발표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EM)지수에서 중국 A주 비중 편입 확대, 미중 무역 협상 결렬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미중 무역 분쟁이다.

세계 경제가 미중간 무역 분쟁으로 침체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증권 시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금과 달러 등 안전 자산의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1100원대 초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넘보고 있다.

국내 증시의 하락은 억울한 면이 적지 않다. 정작 무역 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지수 하락 폭이 크지 않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이미 지난해 이른 바 `세계 증시 검은 10월'의 하락 폭을 벌써 만회한 상황이며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윗 선에서 지수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 오로지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우리 증권 시장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씁쓸한' 뉴스가 전파를 탔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삼성,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술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미국 정부의 `화웨이 배제 조치'에 협조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소식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당시 참석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조치에 협조하거나 중국내 생산 기지를 다른 나라로 이전할 경우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이 모임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가 주도했으며 상무부와 산업정보기술부 등 중국내 3개 정부 기관이 참여했다.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는 나라에게 정부 차원의 보복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총과 대포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실상 두 강대국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이렇다할 자원 없이 오로지 수출에만 의지해야 하는 나라.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분야 사장단 긴급 대책 회의에서 `초격차'를 강조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놓지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민국이 초기술 강국이 되는 것, 이것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답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