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상
경제 단상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9.06.09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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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총괄팀장(부국장)

 

#택시를 탔다. 운전기사에게 요즘 손님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대뜸 먹고살기 힘든 게 대통령 탓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민주당 국회의원도 싸잡아 욕했다. 기껏 뽑아 줬더니 한 게 뭐 있느냐며 이번에 한국당으로 다 갈아치워야 한다고 집에 도착하는 내내 욕을 해댔다.

#대리운전기사에게 차를 맡기고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물었다. 말해 무엇하냐는 듯이 인상부터 찌푸리며 “힘들죠”한마디 했다.

작년에 비해 청주시내에 대리운전기사가 아마 1000명은 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 밥벌이도 안된다고 했다.

주52시간 근로제 탓도 했다. 월급을 많이 받던 적게 받던 매월 나가야 할 돈은 정해져 있는 데 월급이 줄어들면서 `투잡'을 하려는 직장인이 늘었다는 것이다.

#건설현장 옆을 지나갔다. 민주노총 봉고차가 공사장 옆에 차를 세워놓고 노래를 틀어댔다. 자기네 사람과 장비를 써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공사장 관계자가 귀띔했다.

#기업인과 저녁때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도중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저임금은 오르고 주52시간 근로제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IMF때보다 사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다른 기업인의 얘기도 꺼냈다.

자기보다 큰 회사를 하는 데 지금 투자를 더 해야 할지 아니면 외국으로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요약하면 현 정부가 경제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몰라 투자 `타이밍'을 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은 오르고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이참에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길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도의원은 지역구 행사에서 경제 얘기를 꺼내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뭐가 어렵냐고 주민들에게 반문했다고 한다. 4000만원이 넘는 의정활동비를 월급처럼 꼬박꼬박 받다 보니 어려움을 모르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에게 서민과 기업인들의 체감경기 얘기를 꺼냈다. 어떤 공무원은 경제는 정부에서 해결할 문제지 지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기만 돌아왔다.

다른 공무원에게 똑같은 얘기를 꺼냈다. 묵묵부답이다. 말하기 좋은 경제기표 얘기도 안 한다.

정부에 권력을 나눠 달라며 지방분권에는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내면서도 지역경제 얘기만 나오면 입을 닫기로 `담합'이라도 한 게 아닌가 묻고 싶었다.

#케이블 TV에서 청주 국회의원 초청 정책간담 재방송이 나왔다. 앞의 내용은 못 들었지만 4선의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청주시가 구룡산 매입에 2000억원이 든다고 말하는 데 공시지가로 하면 200억원 밖에 안된다며 시가 엄살을 떨고 있는 투로 얘기했다. 그럼 당신은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하는 동안 국회에서 뭐했냐고 되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현 시장에게도 책임은 있지만 전임 시장들이나 정부 역시 이 문제에 수수방관한 탓도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직장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라서 그런지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생활물가만 안 오르고 아이들 학원비만 들썩거리지 않으면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서민들의 깊어지는 한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IMF때 다니던 신문사 부도로 졸지에 직장을 잃고 대학원도 중도에 포기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그땐 정말 힘들었다. 경제지표만 들먹일 게 아니라 하루하루가 고달픈 서민들의 고통을 지역 위정자들이 알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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