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라보는 눈
역사를 바라보는 눈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9.06.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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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언론에서 보도기사를 쓸 때 누가, 언제, 어디서…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기사를 쓴다. 여기서 누가는 사건의 주체이고, 언제는 시간이며, 어디서는 공간을 의미한다. 역사는 공간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주체가 사람이다. 자연·지리적 환경의 역사적 공간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이룩한 경험의 산물을 기록한 것이 역사이다. 곧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발자취이며, 축적해 온 경험의 총체가 역사인 셈이다. 따라서 공간, 시간, 사람이 역사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지구 상에 출현한 것은 약400만 년 전이며, 현재까지 삶을 이어오며 이룩한 변화와 발전을 물질과 문자로 남겼다. 이런 오랜 인류역사의 모든 발전과정을 종합하여 체계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대를 구분한다. 크게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이다. 선사시대는 도구를 만든 재료와 기술발달의 정도를 기준으로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로 구분한다. 역사시대는 의식, 생활체계, 정치조직 등의 변화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시대를 나눈다. 선사시대는 물질로, 역사시대는 문자로 기록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두 사람이 이룩한 역사이다. 이러한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로 구별하여 인식하고 있다. 국사가 `우리 민족 또는 국가가 과거에 어떠한 것을 이룩하였는가에 대한 인식'이라면, 세계사는 `인류가 과거에 어떠한 것을 이룩하였는가에 대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구별해 보는 것은 각 시대, 각 나라가 갖는 역사적 특징이나 흐름을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청북도의 역사인식은 어떠한가? 충청북도는 1도 3시 8군 등 12개의 광역 및 기초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군은 각각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각 단체의 역사는 일반현황 속에서 연혁, 역사, 유래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삼한 또는 삼국시대부터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11개 시군에서 모두 구석기유적의 존재가 확인되었음에도 구석기시대부터 역사시작을 소개한 곳이 한곳도 없음은 유감이다. 옥천군만이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가능성을 언급하였고, 신석기시대부터 정착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고고학 자료가 빈약한 옥천군에서 고고학 연구성과를 적극 반영하여 역사를 인식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충청북도는 구석기시대의 유적분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지금까지 120여 곳의 유적이 조사되어 구석기의 보고(寶庫)로 인식되고 있다. 전기~후기 구석기시대 유적과 한데(野外)유적, 동굴유적, 바위그늘유적 등 다양한 형태의 유적이 존재하는 것은 충북이 유일하다. 그 중 청주 두루봉동굴, 만수리유적, 단양 금굴, 수양개, 상시바위그늘유적, 제천 점말동굴, 창내유적 등은 국사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국사 교과서를 통해서 우리의 역사를 배운다. 여기에 우리나라 역사의 시작은 구석기시대로 서술되어 있다. 초등학교 사회과 탐구의 연표에도 구석기시대가 있다. 박물관에 가면 연표의 맨 위에 구석기시대가 있고, 구석기시대 유물이 전시된 진열장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충북의 광역 및 기초단체 홈페이지에 소개된 역사와 차이가 있다. 혼란스럽다.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은 물론 박물관을 찾은 일반시민들도 그럴 것이다.

모든 것은 시간 속에 사라지고, 남는 것은 흔적뿐이다. 이게 역사다. 그 흔적을 지운다면 역사는 사라질 것이다. 충청북도 땅에 살았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흔적은 모든 시·군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유감이다. 역사에는 정답은 없고 해답만 있을 뿐이다.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에서 답을 얻어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뜨여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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