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기도
참다운 기도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6.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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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진정한 기도란 무엇인가? 종교가 무엇이던 간에 종교인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일이 있거나,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기도를 한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 불교인들은 부처님께, 또 다른 종교인들도 각자 각자가 믿는 절대자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소원을 들어 달라고 기도를 한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일이 중요하다고 판단될수록 더욱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도 성취를 위한 헌금이나 불전도 불사한다. 원하는 일이 소중할수록 간절한 마음과 함께 헌금 및 불전의 액수도 비례해서 커진다.

그런데 자신의 소원을 하나님이 부처님께서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기도를 드리기에 앞서, 그 소원이 참으로 자신에게 절실한 일인지, 이 세상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하고 이 세상을 극락정토로 만드는데 꼭 필요한 일인지 등에 대한 심사숙고 내지 철저한 검토를 하고 기도를 하는 사람은 드문 듯하다. 자신이 원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기 어렵다고 느껴지면, 하나님이나 부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으시고, 소원이 성취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무조건 기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일부 성직자들이 신도들을 부추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도는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하나님이나 부처님과 거래를 하려는 짓에 다름 아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무엇 무엇을 이렇게 저렇게 해 주시옵소서'라며 평소에 쓰지 않던 가장 공손한 표현으로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겸허하게 기도하고, 기도 성취를 위한 헌금과 불전을 아낌없이 바친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까닭은 다 자기 자신을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행위일 뿐이다. 기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소원을 이룸으로써 자신이 이득을 보고,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며, 큰 만족을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기도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도는 마치 심부름센터에 필요한 비용을 주고 원하는 일을 의뢰하고 맡기는 것과 큰 별다를 것이 없다.

진정한 기도는 자신의 욕심과 욕망에서 비롯된 일체의 주견을 깨끗이 비워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바가 진정으로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뜻에 합당한가, 참으로 공의롭고 지공무사한 일인가를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성취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알아차린 뒤, 그 일을 이루는데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로 굳게 결심하는 과정이 기도여야 한다. 기도를 통해 욕심과 욕망을 깨끗이 비워냄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일이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뜻에 합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 그 일을 그만두는 것 또한 제대로 된 기도 응답 중 하나일 것이다.

예수님은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 뜻대로 행하는 자만이 천국에 들어가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갓난아기 같아야 천국에 들어가며, 모든 욕심과 욕망 등을 텅 비워낸 `심령이 가난한 자'만이 천국에 들어간다고 역설하신 바 있다. 서산대사께서는 “우리나라의 대장군이 하늘에 승리를 빌고, 적국의 대장군도 하늘에 승리를 빈다면, 하늘은 누구의 소원을 들어 주느냐?”는 질문에, “하늘에는 이기고 지는 일도, 길흉 따위도 없다“며 저 자신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고 원하는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정견(正見) 정사(正思) 정언(正言) 정행(正行) 할 수 있도록, 마음을 0점 조정하는 것이 기도의 본질임을 설파하신 바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기도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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