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길
생명을 살리는 길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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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엊그제는 `세계환경의 날'이었다. 요즈음은 환경문제가 관심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려서인지 환경의 날을 기념하는 일이 요란스럽지 않다. 이제 환경문제는 구호나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환경을 상징하는 단어도 물에서 어느덧 대기로 바뀌었다. 한동안은 수질오염과 물 부족에 대한 홍보가 넘쳐났는데 최근의 관심사는 단연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이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미세먼지는 공포수준이다. 대기오염을 중국 탓으로 돌려온 안일한 우리의 인식이 사태를 이렇게 키우고 말았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 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에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의 중금속과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많은 양을 흡입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10㎛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체의 폐까지 침투해서 배출되지 않고 몸 안에 축적되기 때문에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이렇게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의 질 문제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물에 대한 관심은 많이 무뎌진 것 같다. 그러나 물 문제도 지금처럼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근본적으로 물 부족에 대처하고 깨끗한 수질을 관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구 표면은 70% 정도가 물로 덮여 있다. 그중에 97.5%는 바닷물이고 인간이 쓸 수 있는 민물은 2.5% 정도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3분의 2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에 갇혀 있다. 결국 인류가 마시고 쓸 수 있는 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산업화와 도시화로 물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 기간에 세계 인구는 2배 늘었는데 물소비는 6배가 늘었다. 또 기후변화가 가져온 지구의 사막화로 지구 곳곳에서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 전문가들에 의하면 전 세계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약 24억 명이 물 부족 때문에 더러운 환경과 질병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며, 11억 명은 일상적으로 마시는 물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은 매년 500만 명이 물과 관련한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또 2025년에는 인류의 60% 이상이 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1960년대 초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과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전에도 물 부족은 지구촌의 문제였고, 지금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물 걱정을 하지 않는 축복된 땅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물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마치 마르지 않는 무한한 자원처럼 물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수질오염은 개선되었다고 하나 물 부족국가 대열에 들어섰고, 무분별한 지하수의 개발로 물 고갈사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환경문제에 무감하다. 중앙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지방자치단체가 어찌해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환경보전과 대척적인 공장유치와 경제목표 달성에 매달린다. 무슨 독성물질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많은 폐수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유치와 경제목표 달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올바른 지자체의 자세가 아니다. 멀리 보면 충북과 청주를 깨끗한 환경의 고장, 청정 도시로 만들어 가는 것이 공장 몇 개 더 유치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물은 이미 사먹게 된 지 오래고, 가습기 살균제 같은 화학물질들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오염시키고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이다. 거기에다 공기마저 마음대로 마실 수 없게 됐다. 다른 분야는 사 먹거나 사용을 억제하면 피할 수 있다지만 호흡하는 공기는 사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으니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환경을 깨끗이 하는 일은 미루거나 누구에게 맡겨 놓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환경을 가꾸는 일은 곧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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