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남긴 상처
6·25가 남긴 상처
  • 김춘자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충북지부장
  • 승인 2019.06.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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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춘자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충북지부장
김춘자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충북지부장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의 남침으로 인해 단잠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 온 국민을 비극의 역사 속으로 몰아넣는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러 놓은 지 어느덧 69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전쟁이 나면 어린아이와 젊은 여자가 제일 피해자라고 합니다. 신혼의 꿈도 깨기 전에 20대의 젊은 아내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두 손 모아 무사귀환을 빌며 기다렸지만 청천벽력 같은 전사 통지서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5세와 갓 돌 지난 어린 남매를 품에 안고 남편이 남기고 간 어린 자식을 바라보며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짐하였습니다.

자식 잃고 어린 며느리 앞에서 슬픔을 삭이며 먼 산을 바라보시는 시부모님을 바라보며 20대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 전쟁이 끝난 혼란된 사회에서 고난의 모진 세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궂은 일로 손톱이 빠지는 고통 속에서 살아오는 동안 아빠 얼굴도 기억 못 하는 어린 자녀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를 누가 채워 줬겠습니까.

홀로 키우는 자녀들이 잘못될까 봐 가슴 졸이며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인간으로 바르게 살길 기원하는 세월 속에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도, 금전적인 풍요도 주지 못해 대를 이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을 바라보며 어머니로서의 미안함과, 자녀들을 남기고 전사한 남편에게 죽어서도 할 말이 없다는 6·25전몰·순직 미망인들의 피맺힌 하소연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전몰·순직 미망인들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

아빠의 얼굴도 기억 못 하고 사랑도 한번 받아 본 적이 없는 자녀 1명에게 아빠가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훌륭한 분이라는 자부심과 국가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전몰·순직군경 미망인 사망 시 1자녀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늦었지만 아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정부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어느덧 69년의 긴 세월 속에 그늘에 숨어 자신을 희생하고 한 가정을 꿋꿋이 지켜낸 가녀린 20대의 꽃 같은 모습은 간곳없고 굽은 허리와 병든 육신만 남아 있으나 그래도 한집안의 가장으로 책임을 다하였다는 자부심을 갖고 다시는 6·25 같은 비극이 없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누가 전몰·순직 미망인들의 일생을 생각이나 해 봤을까요. 늦었지만 국가에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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