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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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 승인 2019.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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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박재명 충북도 동물방역과장

 

밤이 어둡다. 전력사정에 어려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이들 양육에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최소 12시간 이상의 수면을 보장하며 건강하게 키우기 위함이다. 집집이 전등을 일찍 끄거나 커튼을 쳐서 아이들의 수면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사람을 마주친 차는 운행이 조심스럽다. 횡단보도는 물론 차선이 없는 곳에서 통행 우선권자는 항상 보행자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의 원조라고나 할까? 보행자가 먼저 지나가야만 차량이 움직인다.

자전거가 우선하는 곳도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자전거 운전자에게 면책권이 주어진다. 자전거 타기에 좋은 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키고 있었다.

서비스받는 사람보다 노동자 중심의 사회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사람에게 특별히 요구하기가 어렵다.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것도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특별히 손짓을 하며 부르는 것조차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조급함과 달리 그들 소비자는 느긋하게 여유를 즐긴다.

주 5일 36시간이 끝나면 여행을 즐긴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교외로 빠져나가는 차들의 정체가 시작된다. 세금 부과율이 높은 만큼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부를 축적하기 위한 노동에 집착이 강하지 않다. 정해진 시간만 일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한다.

버스 운전자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직군이다. 그러나 일정시간 강제로 쉬어야 한다. 두 시간을 초과해서 운행할 수 없고, 주당 정해진 운전 시간이 끝나면 나머지 시간은 쉬어야 한다. 그들의 휴식시간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는다. 이를 위반하면 면허정지나 심지어 취소당하기도 한단다. 물론 큰 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이다.

농촌지역 동네마다 연못 하나쯤 있다. 물고기가 유영하고 가끔 새들도 놀다 간다. 대부분 구릉지인 탓에 물을 가두기가 쉽지 않아 만든 연못쯤으로 생각했는데, 소방법에 따라 동네마다 만들어야 한단다. 화재가 났을 때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소방연못이었다.

동유럽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화 바람이 분 곳이다. 국가 소유의 땅들은 사유화되었다. 그러나 농업부분은 아직 협동생산체제로 운영된다고 한다. 그 넓은 토지를 개인이 운영하기에도 버겁다는 생각을 했는데,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 지혜롭게 운영한다.

간간이 애드벌룬처럼 생긴 탑이 있다. 물탑이라고 부른다. 수원지가 있는 곳에 물탑을 높이 세워 물을 저장한다. 농업용, 공업용으로도 쓰고 생활용수로도 쓴단다. 우리나라에도 산간지 밭농사에 가뭄 예방용으로 설치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 방법이다.

동물들에게도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 강제로 가두거나 일정 면적이 안 되면 축산업의 허가가 나지 않는다. 동물에게 남은 음식물을 먹이는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도심의 비둘기에 과자를 던져 주는 것도 보호법 위반이다. 동물들의 본래 습성을 해치는 까닭이다. 길거리에는 반려동물의 배변을 돕도록 전용봉투를 비치하고 있다.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음식이 육식 위주고, 어쩌다 나오는 채소류는 단순한 샐러드 종류다. 한국의 다양한 식재료, 다양한 맛, 슬로우 푸드와 비교하면 그들이 즐기는 음식문화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현지인은 자국민에게 참 불쌍하다는 견해를 내 놓았다. 한식의 세계화가 언젠가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에 인구는 1,000만 명 내외의 규모다. 그러나 작아도 큰 나라다. 인구밀도가 낮아 국토는 훨씬 넓어 보인다. 인접한 국가 간 통행도 자유로워 더 큰 나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북한과 관계가 잘 정리되어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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