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가족, 변화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6.0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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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 말은 사람은 사회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회를 이루는 단위 중 가장 작은 사회가 가정이다. 그래서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을 소공동체라고 한다.

가족. 그 말을 사전에서 그대로 옮기면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다. 혼인으로 맺어져 혈연으로 이어지는 관계를 가족으로 한정해 놓은 개념이다. 이는 오랜 전통사회의 고정된 개념으로 현대사회에서도 그 의미가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대부분 가정이 핏줄로 맺어진 가족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사회가 퇴색하면서 가족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가장 작은 단위의 소공동체인 가족이 이혼, 재혼 비혼 등으로 해체되면서 가족의 의미도 혼인과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서구사회와 비교하면 인식의 차원에 머무는 수준이지만 가족의 해체는 때론 긍정적으로, 때론 부정적으로 부각되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해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말에 발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로도 가족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명 중 2명이 혼인과 혈연에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한다. 핏줄로 연결된 가족을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누구와 생활하고, 관계를 맺고, 정서적으로 친밀한가에 따라 가족인지, 가족이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넓어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식은 젊은 연령층에서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50~60대에서도 50% 이상으로 조사돼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를 대변해준다. 반드시 함께 살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가 있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즉 핏줄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있음이다.

그런가 하면 국제결혼이나 비혼, 이혼, 재혼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높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89.2%가 수용 가능하다고 응답해 지구촌시대를 실감케 한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핵가족 해체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사회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가족에 대한 인식의 확장이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회로의 변화를 가져옴에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치면 크고 작은 갈등의 요인이 되는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단적으로 상속을 둘러싼 분쟁은 매년 20~30%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법원 자료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사건 접수건수가 2008년 279건에서 2016년 1223건으로 8년 동안 4.4배 증가했다. 자식이 부모를 대상으로, 부모가 자식을 대상으로, 전처 자식이 새어머니를 대상으로, 형제간 등등 재산을 둘러싼 갈등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가족 해체에서 기인하는 각종 사건·사고까지 더해져 사회적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족이란 구성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도 현실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민 의식이 변화한 만큼 실제 가족생활을 반영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정치 말고 모든 가족이 존중받고 편견 없이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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