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멋 1
인생의 멋 1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6.03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직업이며 취향이며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구든 삶의 만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이든, 출세를 하는 것이든, 그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결국 그것을 통해 만족한 삶이 구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건대 부와 명예가 만족한 삶과 이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도리어 부와 명예와 같은 세속적 가치에 초연할 때 만족한 삶에 이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당(唐)의 시인 이백(李白)은 과연 어떠한 삶에서 만족을 얻었을까?

장진주(將進酒)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지 않았나?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 하늘 위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부회) 바다에 도달해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않았나?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저택에 앉아 거울에 비친 백발을 슬퍼하며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푸른 실이 저녁엔 눈이 된 것을

술을 드린다는 제목부터가 돈과 명예 따위에 구애받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지만, 사실 이 제목은 악부(樂府)의 제목일 뿐 시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첫 구와 넷째 구(君不見)는 시인이 임의로 넣은 것이 아니라 원래 정해져 있는 말이다. `그대 보지 않았나'라는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그다음 두 구를 이어나가는 것이 이 시의 묘미이다.

우선 시인은 중국의 삼대 하천 중 하나인 황하를 등장시킨다. 거칠고 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백(李白)이라는 시인이 아주 즐겨 하는 일이다. 황하가 어디서 내려오는지는 별 관심사가 아니다. 그래서 막연히 하늘 위라고 말한 것이리라.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삐 간다는 것(奔流)과 돌아오지 않는다(不回)는 것이다. 꼭 황하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이렇게 흔한 광경과 인생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상상은 독자의 몫이다.

돈과 명예와 같은 인생의 비본질적인 부분에 공을 들이느라 인생은 분주하기만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부와 명예를 이룬 인생이더라도 한 번 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으리으리한 집(高堂)과 사물을 잘 비춰 주는 거울(明鏡)은 부와 명예만을 좇은 인생의 덧없고 초라한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다. 젊고 늙는 것은 하루 상관의 일이라고 한 시인의 절창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과장되지만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표현해 낸 시인은 과연 천재이다.

/서원대학교 중국어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