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물로 가는 차 1
맹물로 가는 차 1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5.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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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학창시절 과학시간을 유독 좋아했다. 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컸다. 물은 Water, H2O 이다. 물을 전기로 분해하면 수소(H2)와 산소(O2)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면 폭발적으로 반응을 일으켜 커다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왜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로 만들지 못하는가'하는 것이 내게 큰 관심사였다.

얼마 전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가 석유 대신 물만 넣으면 500㎞까지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날보고 `미친놈'이라고 했던 그 꿈을 실현 시켰다. 중국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주 중부 허난성 난양시에 있는 칭녠자동차의 견본 차량이 현지 당서기가 참관한 가운데 첫 주행을 했다고 난양일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야말로 맹물로 가는 차가 아닌가.

회사의 창업자인 팡칭녠 회장은 300~400ℓ의 물로 300~500㎞를 주행할 수 있다고 증권시보에 말했다. 알루미늄 합금 분말과 물에 촉매제를 더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수소가 만들어지고, 수소로 전기를 생산해 모터를 가동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소식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물을 기름으로 바꾼다는 사기의 업그레이드인가?'라는 의견도 있었다. 세계의 여러 기업과 개인이 물로 주행하는 자동차를 발명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들의 다수는 거짓으로 판명났다고 SCM P는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우멍창 국가배터리재료산업기술혁신전략연맹 비서장은 촉매제는 수소 생산 속도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추가 에너지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맹물로 가는 자동차'라는 영화가 70년대 중반에 개봉됐다. 영화 속 주인공은 맹물로 자동차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엉뚱한 환상을 가진 과학자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지만 결국엔 성공, 모두를 맹물 자동차에 태우고 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다. 영화 제목은 마치 SF영화의 뉘앙스를 짙게 풍기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 등으로 대변되는 당대의 젊은이들의 생활 풍속도를 그린 청춘 애정 영화였다.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제7광구 검은 진주 제7광구 검은 진주// 중략//두 손 높이 하늘 향해 반겨 맞으리/제7광구 제7광구 제7광구 제7광구 제7광구 제7광구'

때를 같이하여 가수 정난이가 부른 노래 `제7광구'이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영일만 인근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온 국민은 우리도 이제 산유국이 됐다는 기대감에 들뜨기 시작했다. 제7광구는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정한 구역이다.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에 위치한 대륙붕으로 그 면적은 8만㎢에 이른다. 박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그곳이 한국령임을 공식 선포했다. 이로 인해 외교 분쟁도 있었다. 일본이 자국 영토와 가까운 곳이라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1974년 한국과 일본은 각각 50%의 지분으로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이후 양국은 1979년부터 1988년까지 7개 공을 시추했지만 기대한 소득을 얻지 못했다. 또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탐사를 했지만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양국의 노력은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졌다. 10년 후인 2001년 공동탐사를 재개해 2004년까지 3~5개의 유망 구조를 확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유국의 꿈은 잠시 접고 지금은 해외 탐사를 통해 또 다른 산유국의 꿈을 꾸고 있지만 정난이의 제7광구에 나오는 검은 진주에 대한 꿈은 과거가 아닌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꿈을 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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