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고 요즘스러운 빈자·부자 그렸다”
“사실적이고 요즘스러운 빈자·부자 그렸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5.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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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제패 봉준호 감독 인터뷰

 

“발표되니 멍해졌다. 소감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됐다. 굉장히 정신없을 것 같은데,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진행된다.”

2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50·사진)이 당시 의 소회를 밝혔다.

봉 감독은 29일 “그저께 오후 4시경에 입국했다. 공항에 기자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낯선 상황이었다. 영화계가 아니라 체육계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았다. 월드컵, 올림픽 국가대표의 느낌으로 귀국했다. 다음날 새벽에는 용산 CGV에 갔다.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상영관 전체의 화질과 사운드를 확인했다. 어제는 언론배급시사회와 간담회를 열고 뒷풀이도 가졌다”

해외 언론의 호평이 쏟아진 가운데,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고 극찬했다. 봉 감독은 창작자로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일이 힘들다. 감독들 모두 최신작이 다 최고작이 되고싶어한다. 점점 별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 계속 시도해야 하고 모험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다. 최고 기록을 세운 육상선수도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진다. 그걸 비난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창작하는 일은 외롭기도 하지만, 계속 나아지기를 요구받는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다”

`기생충'은 봉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설국열차' `옥자'와 마찬가지로 사회계층에 주목했다.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을 대조해 빈부격차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봉 감독은 “익숙함이라는 게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익숙함이 가진 함정이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착하고 정의롭고 명분이 있는 빈자들이 나온다. 그 반대편에는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갑질을 노골적으로 하거나 권모술수로 똘똘 뭉쳐있는 부자가 나온다. 현실 세계에도 그런 대립구도가 있지만, 굉장히 익숙한 설정이다. 그런게 우리가 보아온 강자와 약자, 빈자와 부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싶었다. 조금 더 현대적이고 사실적이면서 요즘스러운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극중 부자로 나온 이선균, 조여정의 모습이 조금 더 결이 섬세하고 다층적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나름 순진한 구석도 있고 세련되고 매너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가 더 다가갈수록 묘하게 히스테릭한 부분이 있다.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가난한 송강호 가족은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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