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선택권 있는 한 평화 여정 지속"…이례적 표현 이유는?
文 "선택권 있는 한 평화 여정 지속"…이례적 표현 이유는?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5.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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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韓 '주도적 역할' 강조한 점 감안하면 이례적
靑 "추후 남북의 노력 강조하려 '선택권' 단어 사용"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도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 평화를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대북(對北)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남북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뒤 같은 달 15일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남북미 정상간 대화를 촉진해 비핵화 협상의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상회담 제안 후 약 한 달 반이 지났지만 북한은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이 두 차례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도권을 잃게 될 수도 있고, 이 때문에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평화 체제를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과 같은 단서를 다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평화를 완성하고 번영과 통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온 겨레의 염원이라는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흔들림 없이 그 길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기고문에서는 "한국 국민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힘은 마지막 남은 '냉전체계'를 무너뜨리고, '신(新)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남북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선택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은 남북이 지난 1년 이상 한반도 평화 여정을 함께 걸어왔지만 추후 노력에 따라서 앞으로의 길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선택에 따라 지금껏 평화의 여정을 함께 걸어왔듯, 앞으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의미로서의 선택을 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오늘 NSC 발언은 평소와 달리 을지태극연습이라는 전쟁을 가정한 훈련을 위해 모인 사람들 앞에서 했다는 점에서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대북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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