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수 있는 행복
꿈꿀 수 있는 행복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5.28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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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꿈이 있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목표를 두고 달리는 것과 막연히 달리는 것의 차이점은 가야 할 지점을 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소심한 영화광이었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난 봉 감독은 열두 살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는 유년시절 만화 그리기와 클래식 영화 보기에 심취해 있었다.

책상에 앉아 있어야 모범생 소리 듣던 시절, 여느 사람의 눈에 비친 어린이 봉준호는 마치 헛된 꿈을 꾸는 망상주의자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봉 감독은 영화감독을 꿈꾸면서도 영화학을 전공하는 대신 인문학과 사회학을 탐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해 친구들과 영화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감독을 꿈꾼 소년은 38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의 나이 50에 영화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안았다.

지난 25일 오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그는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런 소감을 밝혔다.

“저는 12살의 나이로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도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시(Merci)”

요즘 아이들은 공부에 치여 산다.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나고 학교에선 운동장에서 뛰어놀 친구가 없어 교실을 지킨다.

정규 수업 이후 학원 서너 곳을 거쳐 집에 돌아오는 밤 9시까지 아이들은 꿈꿀 시간조차 없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봉 감독처럼 영화에 빠져 산다면, 만화만 본다면 부모들은 아이들 등 뒤에서 이런 말을 내뱉는다.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봉 감독은 그나마 영화감독이라는 꿈이라도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 대학생이 됐어도 꿈을 찾아 헤맨다.

오죽하면 대학생들 사이에 중2병과 같은 대2병이 확산되고 있을까?

대2 병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무기력증, 우울증 등을 느끼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은 대2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는 대학생 사이에 대2병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41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4.6%가 현재 대2 병 상태라고 답했다.

낮은 전공 만족도도 대2병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내신, 수능 성적 등에 맞춰 학과를 선택한 탓이다.

절반 이상인 55.8%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고, 27.8%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결국 10명 중 8명은 무엇을 할지 목표가 없다는 얘기다.

스무 살이 넘어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도록 만든 교육정책을 탓해야 하는지, 아니면 꿈이 없어도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는데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돌아봐야 한다.

별 보며 천문학자를 꿈꾸고, 만화를 보며 웹툰 작가를 꿈꾸고, 메뚜기 만지며 곤충학자를 꿈꾸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꿈을 꾸어도 노력만 하면 용이 될 수 있는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비빌 언덕이 있어야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불안한 현실 탓에 대학생들의 꿈이 모조리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향해 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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