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전상서
부모님 전상서
  • 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 승인 2019.05.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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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아침저녁으로 아직 쌀쌀하지만 낮에는 마치 한여름 같은 5월이다. 선풍기를 꺼내 내려앉은 먼지도 털고 에어컨도 별 탈 없이 사용 가능한지 점검해 보면서, 세월이라는 시계추는 고장도 없다는 유행가 가사를 흥얼거린다. 노랫말은 어쩜 이리도 내 마음과 같은지 독백처럼 되뇌는 어느 오후, 문득 예전에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요즘 충북의 교통사고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짐작된다.

작년 이맘때쯤 아직도 못다 한 사모곡이란 주제로 칼럼난에 기고한 내용을 회상해보면 그때도 우리 충북에서 고령자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어르신 여러분 꼭 교통질서를 지켜주시고 길 지나다니실 때 한 번만 더 조심해 주세요!”라고 기원하는 바람을 호소한 적이 있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고령자 교통사망사고에 대한 우려를 나도 모르게 글 쓰고 있음에 교통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기만 하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건수는 전년보다 800여건이 증가했지만 사망자 수는 2017년 4185명에서 404명이 감소한 3781명으로 나타났으며, 6년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 어린이, 보행자 사고 등에서 사망사고가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인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와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위주로 운영한 도시부 속도 하향 시범사업, 윤창호법 제정 등 음주운전 근절에 대한 국민의식 변화의 결과로 보인다.

요즘 교통사고부문에서 가장 이슈로 떠오르는 고령자 사망사고 역시 전년보다 85명이 감소한 1682명으로 4.8% 감소한 것으로 보이나 각 년도 별 전체 사망사고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4.5%로 오히려 2.3% 증가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12일 양산 통도사 경내 인도 돌진사고로 모녀 등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75세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 지난달 일본 동경 번화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을 신호를 어기고 친 뒤 다른 차량과 충돌, 2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도 87세 운전자로 평소 지팡이를 짚고 다녔을 만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범국가적인 고령자 교통사고의 대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 고령자 교통사고 감소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수칙을 보면 △무단횡단 금지 △보행자 신호 시 차량 횡단보도 진입 금지 △비횡단보도 횡단 시 좌우 확인 △야간 보행 시 밝은 의복 등 착용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오토바이 운전 시 안전모 착용 △자전거·오토바이 음주운전 금지 등이 있다.

고령자 교통안전캠페인은 최근 5년간 교통사고형태를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누구나 쉽게 지킬 수 있는 교통안전 법규준수 운동으로 국민 공감대형성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시대를 넘어 초고령화시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 부모님의 안전을 위해 걸어다니지 마시고 운전도 하지 마세요”라는 `막무가내식 불효자 콘셉트'가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교육을 위해 지금 당장 휴대폰을 들고 우리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면 어떨까 한다. 하루 한 통의 안부전화와 함께 교통사고 예방법을 한가지씩만 알려 드린다면 몇 주 후, 몇 달 뒤에는 100세를 당당하게 맞이하실 우리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감히 예견해 본다.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은 지금 내 앞에 계신 분이 모두 우리 부모님이라는 작은 배려와 실천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 바로 나 자신부터 교통법규 실천운동가로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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