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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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05.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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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푸르름이 나뭇가지마다 퍼져 하늘을 가득 채우는 오월이다. 꽃이 지고 열매를 맺더니 열매를 숨기기 위함인지 열매와 잎이 똑같은 색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나무인지 열매인지 구분이 안 되고 온통 연초록빛 꽃이 핀 큰 꽃나무 같다.

학교 교실들의 창문과 창틀을 용역을 통하여 청소를 해주었더니 깨끗한 유리창으로 구룡산이 성큼 다가온 듯 자연의 싱그러움이 교실마다 가득하다.

5학년 아이들이 인권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 눈으로 보았을 때 바꿔주었으면 하는 시설물을 조사하여 수업자료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을 가지고 행정실장인 내게 5학년 전체 아이들과 한 시간 정도 수업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8학급까지 있는 180여 명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으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해보니 좀 더 친근해지고 아이들을 위해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이들은 학교 곳곳을 다니며 훼손되었거나 불편한 시설물에 대하여 알아보고 사진을 찍고 설명과 바라는 점을 자료로 만들어 팀별로 복도에 붙여놓았다. 그 자료를 받아서 확인을 해보니 학교에서 보완하여 바로 보수가 가능한 것과 문제는 알겠으나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할 것과 잘못 알고 있어 보완이 필요 없는 것들로 나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조사한 시설물들을 돌아다니며 확인해 보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급식소 벽에 티슈 통이 붙어 있는데 저학년 아이들에겐 높다고 생각되어 낮춰주었으면 좋겠다고 5학년은 자료를 만들었으나, 1학년처럼 키가 작은 아이들은 약간 높은 곳에 있는 티슈를 까치발을 하고 톡톡 빼 쓰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재밌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베푸는 호의나 배려가 상대방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 내 시각에서만 호의를 베푼다고 착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늘 고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행정혁신과정 연수를 다녀왔다. 우리는 업무나 생활에서 부딪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때 일 중심으로 어떻게(How) 해결할 것인지만 초점에 맞추고 살아왔다. 그러나 관점을 다각화하여 무엇(What) 때문인지 왜(Why) 그런 것인지 사람 중심으로 공감과 소통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본다면 그만큼 다양한 원인과 방법이 나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실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알아야 한다. 문제를 알려면 깊이 공감하며 내 처지가 아닌 상대방 처지에서 바라보고 상대방에게 질문하여 상대방의 생각을 꺼내 보아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르고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기에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어느 조직이고 다양하고 빠른 해결책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 또다시 밤고구마처럼 답답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국회의원에게도 디자인 씽킹 연수를 시켜주면 좀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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