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선생을 그리며
퇴계 선생을 그리며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5.2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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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조선조 5백년을 대표하는 위대한 유학자 두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주리파(主理派) 및 주기파(主氣派)의 태두인 퇴계 이황 선생과 율곡 이이 선생이 될 것이다. 퇴계 선생을 지지하는 주리파는 영남지방에서, 율곡 선생을 지지하는 주기파는 경기와 호남 등지에서 세력을 형성했기에, 각기 영남학파와 기호학파로 일컬어진다. 이 두 학파 중에서도 주리파(主理派)의 태두인 퇴계 선생의 가르침은 일본 유학의 기몬학파[崎門學派] 및 구마모토학파[熊本學派]에게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개화기 중국의 유학자들에게도 크게 존경을 받았다.

한중일(韓中日) 동양 3국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고 있는 도의철학(道義哲學)을 주창한 퇴계 선생께서, 몸소 실천했다는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 바로 `삼언십이자(三言十二字)'의 가르침이다. 인공지능 로봇의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굳이 퇴계 선생의 좌우명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떤 까닭인가? 퇴계 선생의 좌우명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끈다고 자처하면서도 오히려 당리당략에 마음을 빼앗긴 채, 대한민국을 이리저리 표류시키는 국회의원들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는 특효약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 각자 각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정치 참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께서 당신의 거실벽에 써 붙여 놓고 오매불망 실천궁행하셨다는 삼언십이자는 바로 “思無邪(사무사) 愼其獨(신기독) 無自欺(무자기) 毋不敬(무불경)”이다. 첫 번째 `思無邪(사무사)'는 언제 어디서나 생각에 간사함이나 사악함이 없다는 뜻이다. 매 순간순간 지공무사한 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두 번째 `愼其獨(신기독)'은 혼자 있을 때도 온전히 깨어서 조심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보고 듣지 않을 때도 언행을 조심함은 물론, 남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머릿속 생각조차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이 신독이다. 달리 표현하면,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고 마음을 챙김으로써, 바른말과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 신독의 핵심이다.

세 번째 `無自欺(무자기)'는 자기만족과 기쁨 및 이득을 위해 타인을 속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짐짓 자신을 속이거나 자신에게 속아주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타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욱더 엄격한, 올곧은 삶을 살아낸다는 의미다. 네 번째 `毋不敬(무불경)'은 공경하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필요에 의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윈-윈 하는 상생(相生)의 삶을 살아간다는 말이다. 바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과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불경의 가르침과도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이라고 해서 `한국당이 하는 일은 무조건 그르다'는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것이 思毋邪(사무사)다. 한국당이라고 해서 `민주당이 하는 일은 무조건 틀리다'는 생각이 일어나도, 그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그 생각을 알아차림으로써,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愼其獨(신기독)이다. 민주당이라고 해서 한국당의 주장이 옳은 것을 잘 알면서도, 당리당략에 편승해 한국당의 주장을 엉터리로 몰고 가며 자신을 속이는 짓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無自欺(무자기)다. 한국당이라고 해서 민주당을 무조건 업신여기는 일 없이, 옳은 것은 옳다고 인정하고 자당의 처사도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것이 毋不敬(무불경)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되는 법(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만이라도,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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