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님께
한범덕 청주시장님께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2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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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나뭇잎이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때 이른 더위 속에서도 시정을 이끄시느라 노심초사하시는 시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려야하나 여러 가지 사정상 이렇게 지면으로 말씀드리게 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시장님은 시정목표를 `함께 웃는 청주'로 내세우셨습니다. 물론 함께 웃을 대상은 청주 시민들이겠지요. 그런데 요즈음 청주시민들은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청주는 전국 최고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거기에다 아파트는 넘쳐나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새집으로 이사를 가려 해도 살던 집이 안 팔려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전국 쓰레기소각 시설의 18%가 청주에 있다는 사실도 충격입니다. 최근에는 세종시로의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시민들의 소리도 들립니다. 청주가 삶의 공간으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그런데 며칠 전에는 시장님께서도 시민들에게 찬물을 쫙 끼얹으셨습니다. `산남동 구룡근린공원 민간공원조성사업 제안공고'를 내셨으니 말입니다. 청주도심의 허파 기능을 하며 수많은 시민들이 즐겨 오르고 있는 구룡산을 뭉개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다니요. 흥분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이들은 시장님이 싫어하시는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아닙니다. 구룡산 주변에 사는 평범한 서민들입니다. 그들이 구룡산을 구해내자고 나서는 것입니다.

시장님께서는 업무회의 자리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 시나 시민단체나 도시공원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목표는 같다.'고 말씀하셨다지요. 그렇다면 그 방법론을 좀 더 의논하면 안 될까요? 시장님께서는 답답하시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이라도 목표가 같다면 좀 더 설득하고 그들의 대안도 들어보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사안의 경우는 행정력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합의될 때까지 협의하는 시민대토론 같은 회의를 진행하면 어떨까요? 정부가 핵발전소 정책수립 수립을 위해 벌였던 국민토론이 좋은 본보기가 되겠지요.

한 시장님,

이미 청주의 7개 도시공원은 개발이 진행되거나 행정절차 중에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전임시장 시절에 시작된 일이겠지요. 그런데 한 시장님마저도 마지막 남은 구룡산을 파헤치셔야 하겠습니까? 내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난개발 방지를 위해 고심하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마는 그렇다고 민간개발로 아파트를 짓는 방법밖에 없는 것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다른 시·도들은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하여 시·도가 예산을 확보해서 공원을 보존한다고 합니다. 시장님께서도 업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액하여 도시공원을 확보하는데 진력하는 방안을 수립하라'고 하셨다는데 그렇다면 민간공원조성사업을 조금 늦추시고 예산을 확보하여 시가 공원을 매입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민간공원조성사업 제안공고를 내고 공원부지 구입예산을 확보하라고 지시하시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

그리고 공고를 내셨는데 사업을 하겠다는 업체가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지도 궁금합니다. 지금 청주시의 남아도는 아파트사태를 보면서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 업자는 없을 것입니다. 설령 청주시가 강권 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성난 민심을 거스르며 수익성 보장도 불투명한 사업에 뛰어들 기업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시장님,

청주시는 많은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당장 미세먼지와 싸워야 하고, 남아도는 아파트 문제도 심각합니다. 43개월째 아파트가격이 하락하면서 청주시민들은 앉아서 재산이 줄어드는 사태를 맞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산남동 구룡근린공원 민간공원조성사업 제안공고'는 이 두 문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공원부지 매입을 위한 모금에 나서겠습니까? 간곡히 부탁드리오니 잠시 멈추시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졸필로 시장님의 마음을 어지럽혀 드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주시가 살기 좋은 자랑스러운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진심으로 시민과 함께 웃는 시장님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펜을 들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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