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김영란이 누구야?
아빠, 김영란이 누구야?
  • 홍명기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 승인 2019.05.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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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홍명기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홍명기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지난 3월 새 학기가 돼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친구 이야기, 새로운 담임 선생님 이야기 등등 재잘거리며 퇴근한 나에게 달라붙어 3학년이 된 딸아이가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새 학기여서인지 각종 설문 자료 등 제법 많은 통신문이 있었다. 그중 한 통신문을 나에게 건네며 김영란이 누구냐며 물었다.

통신문을 자세히 보니 그건 새 학기 학부모 상담 주간을 알리는 통신문이었다. 상담 시간, 방법 등이 적혀 있었는데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통신문을 설명해 주시면서 김영란법 때문에 아빠나 엄마가 상담 오실 때 음료수를 사 오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만약 음료수를 사 오면 선생님이 교장선생님한테 엄청 많이 혼나고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하신 것 같았다. 통신문에도 보니 김영란법과 관련해 크고 굵게 진하게 상담 시 유의사항이 표시돼 있었다.

그제야 김영란이 누구냐고 물어보는 아이의 물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으로 `김영란법'을 검색해서 나름 쉽게 설명을 해주니 딸아이가 김영란 아줌마는 엄청 무서운 교장선생님 같다고 말을 한다. 딸의 표현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약간 무서운 느낌이랄까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받은 것 같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김영란 선생님은 무서운 교장선생님이 아니고 정직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딸아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담임 선생님한테 절대로 음료수는 안 된다”라며 엄마에게 신신당부했다. 나중에 아내한테 들으니 상담을 마치고 온 날 엄마한테 음료수 가져갔었느냐며 다시 한 번 되물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설명이 완벽했는지, 나의 설명이 완벽했는지 아이는 곱씹으며 어른들의 행동을 끝까지 관찰하고 기억하고 있었다.

흔히 청렴을 말할 때 강조하는 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굳은 의지를 딸아이에게서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청렴. 열 살 딸이 음료수의 의미를 차 한 잔의 의미로 볼지, 청탁의 의미로 볼지 그 어려운 의미까지는 몰라도 청렴의 그 시작은 이렇게 작은 물음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작은 시작이 어렵지는 않다.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해서 우리에게 습관화가 되면 일상이 되는 것이다. 선생님이 혼날까 봐 절대로 음료수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시작, 그리고 엄마에게 또 한 번 확인하고 스스로 점검하는 나름대로의 치밀함과 한결같은 초심, 거기에 부패와 타협하지 않는 굳은 의지를 가진 딸을 둔 든든한 아빠로서, 또 공직자로서 묵묵히 내가 최선을 다하며 청렴의 작은 시작을 다시 한 번 배워본다. 누구보다 딸아이에게서 배우는 슈퍼파워 배움의 효과는 어느 무엇보다 강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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