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들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들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19.05.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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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휴식을 취할 때 종종 TV시청을 하게 된다. 뉴스를 보다 보면 너무 끔찍한 소식들이 연일 이어진다. 어른으로서 어린 청소년에게 해서는 안 될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부모 자식 간에 천륜을 거스르는 사건들을 접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채널을 돌려 버릴 때도 있다. 가끔은 드라마를 보며 등장인물들의 삶에 감정이 이입되어 때로는 웃고 울기도 한다. `휴먼다큐'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오늘도 모 방송사의 `사노라면'이라는 프로를 시청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명칭을 대변하듯 지난한 삶을 살아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북한강에서 다슬기 조업을 하는 두 모자의 이야기다. 나이 예순을 넘긴 그녀는 남편과 오랫동안 다슬기 조업을 해오다 7년 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은 아들과 둘이 일을 하고 있다. 팔순 중반의 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니와 병원에 입원 중인 남편을 돌보는 일도 그녀의 몫이다.

그녀의 하루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라 보인다. 캄캄한 새벽부터 다슬기 조업을 나가는 아들을 돕고자 따라나선다. 아들은 극구 말리지만 조그만 배를 타고 그물로 다슬기를 잡아 올리면 익숙한 솜씨로 이물질을 골라내고 선별작업을 해 조그만 다슬기는 강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낮에는 식당에 나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반찬을 만들어 인근에 사는 노모 집을 방문한다. 시어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농사일하시니 돕지 않을 수 없다. 입원 중인 남편도 찾아보아야 하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 결국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다.

이런 엄마를 지켜보는 아들은 불만을 털어놓는다. 다름 아닌 엄마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과 노모 앞에서 잠시 언성이 높아지고 충돌이 있었지만, 노모의 중간역할과 가족 간의 사랑으로 서로 다독이며 이내 화해를 한다. 화해의 과정에서 그녀의 말 한마디는 의외였다. 몸 생각 안 하고 힘들게 일만 하려는 엄마에게 아들은 “제발 건강 생각해서 일을 줄이라”한다. 그녀는 오히려 그동안 힘든 일을 겪고 이만큼 살아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히려 팔순 노모가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팔순 노모와 엄마 그리고 도시생활을 접고 아버지의 생업을 이어받아 다슬기잡이 일을 하는 아들, 이들이 힘든 환경을 극복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녀의 그 말 한마디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흔히 힘이 있고 능력이 있어야만 누구에게 버팀목이 된다고 여기기 쉽다. 오늘 영상으로 만난 그녀처럼 누군가 돌봐줘야 할 만큼 나이 많고 몸도 불편한 노모가 힘든 삶에 버팀목이 되었다니 마음이 훈훈해진다.

흔히 어려움을 겪다 보면 가족 간에 서로 원망하고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하지만 이들 주인공은 누구 하나 그런 모습은 없다. 아들은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는 노모와 남편, 아들을 걱정하고 서로 위한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습들이다. 이런 삶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있어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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