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지식의 상아탑
무너진 지식의 상아탑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5.2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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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나라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대학을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소 팔고, 문전옥답 팔아도 학비 대기가 버거워 빚을 떠안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등록금 낼 시기가 되면 이집저집 손을 빌리는 것도 다반사였고, 그래서 대학을 지식의 상아탑이 아닌 등골탑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대학에서 터지는 불미스런 일이 많아 상아탑이 아닌 상한(썩거나 변질됐다는 뜻)탑으로 전락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서울 교육시설재난공제회에서 제9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10대 자녀 공저자 논문, 부실학회 참석 등 연구부정 사례가 다수 발생한 서울대, 연세대, 한국교원대, 전북대 등 15개 대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다.

전북대의 경우 교육부에 세 차례나 10대 자녀 공저자 논문 건수를 `0'건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교육부 현장 점검결과 총체적인 부실 조사였음이 드러나 특별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교육부가 교수의 미성년 자녀의 공저자 등재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 2007년 이후 10여 년간 총 50개 대학의 87명의 교수가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대학의 연구윤리와 입시의 공정성은 교육신뢰회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라며“특히 미성년자의 부당한 저자 등재가 대학, 대학원 입시로까지 연결되는 부분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청주교대, 공주교대 등 전국 초등교원 양성기관 13개교(교대 10교, 한국교원대, 제주대, 이화여대), 중·고등학교(9개) 총 22개교를 대상으로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다음 달까지 성희롱·성폭력 관련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을 실시한다.

수많은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안 먹고 안 쓰고 등록금을 모아 대학을 보낸다. 그러나 교수들은 제 자식을 위해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채 강단에서 알량한 지식을 쏟아내고 사회 지도층 행세를 한다.

21일 인터넷 포털에서는 미국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갑부가 졸업생들이 대출받은 학자금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발표한 기사가 온종일 화제가 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의 흑인 갑부 로버트 F.스미스는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 연설 도중 2019년 졸업생 전원에게 대출한 학자금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졸업생들이 받은 대출금 규모는 478억원. 졸업생 400명은 스미스의 통 큰 선물에 “MVP”를 외쳤다.

스미스씨는“여러분의 학위는 여러분 혼자 받은 것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와 마을이 함께 키운 여러분이 자신의 부와 성공,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자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우리나라 대학생들에게는 부러운 얘기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은행권 대출액은 학자금을 제외하고도 1조 1000억 원에 달한다.

국회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학자금 목적 제외 은행권 대학생 대출 현황(2018년 7월말 기준)'에 따르면 대학생 대출 금액은 2014년 말 6193억 원에서 4811억 원으로 77.7% 증가했다. 대출건수는 3만4540건에서 197.5% 늘어난 10만2755건으로 집계됐다.

미성년자인 제 자식의 미래는 걱정하면서 정작 강의실에 앉아 있는 제자의 미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수들의 이중성에 혀를 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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