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 들었어?
그 소문 들었어?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05.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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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붉은 표지에 금색 갈기의 사자가 와인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승리에 취해 축배를 드는 왕의 모습이 생각났다. 꼬리에 적혀 있는 지은이는 하야시 기린 글, 소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옮김이라는 글씨도 뭔가 모르게 재미있다.

이번 소개하고 싶은 책은 `그 소문 들었어?'(천개의 바람 출판)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다른 사람의 소문을 종종 듣곤 한다. 새로운 사람이 부임하면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이 들려오기 마련이다. 여러 사람을 거치며 여러 사람의 평가가 덧붙여지기에 대부분은 맞는 편이지만, 겪어 보면 다른 사람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오해라고, 겪어보라며 웃으며 답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그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을 동물로 바꿔 쓴 것뿐이다. `~했다더라'로 시작되는 속칭 카더라 이야기를 나타내고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은 각자의 생각이 들어가 글처럼 정확하게 퍼지지 않는다.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이 아니라 꾸며낸 거짓인 경우도 많다. 그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금색 갈기를 가진 금색 사자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어마어마한 부자에, 멋진 외모를 가진 금색 사자는 나라의 왕이 되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씨 착하고 남을 잘 도와주는 은색 사자가 눈에 거슬린다. 다들 은색 사자가 착하고 부지런하다며 칭찬한다. 자기가 왕이 되기 위해 금색 사자는 은색 사자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게 된다. “은색 사자가 배고픈 친구에게 먹을 것을 빼앗는 것을 본 친구가 있대.”, “은색 사자 성격이 거칠다는데.”라면서 말이다.

소문은 역시나 점점 더 크게 불어난다. 확인되지 않는 `~했다더라'소문이 한 바퀴 도는 동안 크게 불어난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처음에는 소문을 믿지 않았던 동물들이 점점 더 소문을 사실로 믿게 되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중간에 올빼미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동물은 아무도 없게 된다. 그리고 결국 금색 사자가 왕이 된다.

왕이 되고 난 후의 이야기는 책으로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반전 없다. 짐작한 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너무 짐작하는 대로 흘러가서 무서울 정도이다.

이야기가 너무 생각대로 흘러가 버린 탓에 오히려 오싹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는 60페이지 정도로 짧고 간단한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 묵직한 교훈을 담고 있는 탓에 저학년에게 권하기에는 너무 무서운 이야기다 싶을 정도다.

학교에서 최근 SNS의 반 별 단체방에 어디까지 교사가 개입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다.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건 환영할 노릇이나, 어른 입장에서 겪어봤듯 이게 항상 좋은 결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체방이 걱정되는 선생님이라면 이 책을 읽어주며 악의없는 소문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 거인'이 생각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랑수아 플라스의 이 이야기는 한 남자가 거인을 보고 비밀을 지켜달라는 약속을 어겨 거인들이 죽어가는 이야기다. 죽어가며 `비밀을 지켜줄 순 없었니?'하고 묻는 거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부터 먼저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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