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값 1만4000원
냉면 값 1만4000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9.05.20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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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냉면을 사서 먹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렇게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아니, 서민들은 이미 그렇게 된 것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 주에 서울의 유명 음식점들의 냉면 가격이 1만4000원으로 올랐다는 뉴스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냉면 전문점인 서울 종로의 U식당은 지난 3월부터 물냉면과 비빔냉면의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렸다. 이 식당의 냉면값은 2011년까지 1만원이었으나 매년 조금씩 오르기 시작해 8년만에 40%나 올렸다.

강남의 또다른 유명 음식점인 P식당. 이 곳 역시 대표 음식인 평양냉면의 가격을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렸다. 메밀 100% 반죽으로 만든 냉면이 가격은 종전 1만6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렸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냉면이다.

서울 마포구의 또다른 유명 냉면집인 E식당도 냉면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마포구가 강남이나 종로에 비해 상가 임대료가 싼 지역임을 고려하면 1만2000원이라는 가격은 역시 큰 부담이다.

1만4000원이나 되는 서울의 냉면 값은 실제 지방 사람들에겐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충청권에만 해도 아직 청주나 대전의 칼국수 값이 5000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당연히 그렇다.

그러고 보니 서울은 칼국수값도 크게 올랐다. 왠만한 내로라할만한 식당의 칼국수 값이 8000원으로 오른 지 이미 수년 전. 올해는 서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명동의 한 칼국수집이 대표 메뉴인 칼국수 값을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려 칼국수 값 1만원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냉면 값이 올랐다는 뉴스에 이어 지난 주말엔 호텔 업계에 고급 빙수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롯데호텔, 신라호텔 등 국내 유명 호텔이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한 그릇에 3~5만원 대 빙수를 출시해 손님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냉면 값이 이어 고가의 호텔 빙수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올려지자 누리꾼들이 반응이 뜨거웠다. 비싼 냉면값과 빙수값에 놀라와하면서도 대부분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이런 댓글도 있었다.

`냉면이야 내 형편대로 안 사먹으면 되지만 걱정되는 것은 물가다. 택시비에다 버스요금까지 오른다. 기름값이 올라 차 몰기도 버겁다. 제발 공공요금이라도 안 올랐으면 좋겠다'.

실제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냉면값 따위는 아니다. 유류세 인하 철회로 벌써 리터 당 1600원대에 올라선 휘발류값. 한꺼번에 30% 가까이 오른 택시비. 한 두달 있으면 또 오르게 될 자동차보험료, 가스비, 전기료…. 게다가 자녀의 등록금은 한 번 오르면 내릴 생각을 하지않는다.

최저임금은 올랐다는데 어떻게 된 건지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 냉면값 1만4000원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진짜인지 의심스럽기만 한 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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