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아침
갈색 아침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5.1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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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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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옷 색깔이나 읽어야 하는 책이나, 먹는 음식 등을 법으로 정해 그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모두 처벌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기분이 어떨까. 어이없어하며 숨 막혀 죽을 지경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엔 그런 일이 있었다. 여성은 무릎 위로 15센티미터 이상 올라오는 짧은 치마를 입으면 안 되었고 남성도 머리가 길면 경찰이 와서 잡아가던 엄혹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경찰을 보면 도망가는 젊은이가 많았다고 한다. 나는 그 시절에 막 태어나 자라면서 없어진 법이지만 어른들이 가끔 `지금은 살기 좋은 세상이 된 거라구, 예전엔 엄두도 못 냈는데 말야' 하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갈색 아침』도 그렇게 시작한다. 평화롭던 어느 날, 정부에서 모든 애완동물의 색을 갈색으로 통일한다고 발표한다. 갈색의 유전자가 개체 수도 적게 낳고 건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군인들은 갈색이 아닌 애완동물들을 잡아다 죽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일 마시는 우유, 매일 듣는 라디오방송, 즐거운 경마의 말까지 모두 갈색으로 통일한다. 그러자 곧 갈색신문에 실린 애완동물을 연구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믿을 수 없고, 법이 나쁘다며 비판한 신문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 이제 모든 정보는 갈색신문을 통해야 한다. 주인공 `나'는 갈색 법이 생긴 뒤로 경마에서 갈색 말이 승리하면 기분이 좋아 그런지 갈색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또, 법을 따르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 그래서 법을 지키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편한 일인지 알게 될 거라며 죽은 흰색 강아지 옆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타이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주인공 `나'는 예전에 키운 개가 갈색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잡혀갈 위기에 처한다. 안전할 거라는 생각에 갈색 사회에 동조하고 침묵하며 따랐을 뿐인데 점점 통제와 감시가 따라붙고 있던 것이다. `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갈색 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렇게 되리란 걸 눈치 챘어야 했어'라고.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침묵하고 따르는 게 편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림책 『갈색 아침』은 평화를 깨뜨리는 모든 것에 저항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 해야 할 일은 매일 쌓였고 걱정거리도 많은 개인은 일상을 살아가는데 바쁘다. 각자의 역할은 나뉘어 있고 그것에 열심을 내면 개인은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색 아침』을 읽고 나서 가슴이 서늘해진다. 죄목 `사유하지 않는 죄'의 주인공 아돌프 아이히만 역시 자기 일에만 충실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다. 그는 유대인 이송 열차 안을 가스실로 개조하는 아이디어로 유대인을 죽이는데 시간을 단축하는 공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그의 충성심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이히만은 결국 교수형에 처했다. 이렇듯이 사유 없는 행동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실감하며 살고 있다. 특히 탈핵을 지지하면서는 더욱 크게 와 닿는다.

갈색 사회였던 시절을 지나 내가 누리는 자유는 통제에 대한 저항과 침묵하지 않음을 실천한 선배들이 준 선물이다.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가끔 혹은 자주 치열하게 저항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이 땅을 딛고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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