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태어나도
나는 다시 태어나도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5.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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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TV를 켰다. 때마침 미국 LA다저스와 워싱턴팀의 프로야구 게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미국시각으로 오후 1시 경기다. 자막에 류현진 선수의 5승 도전이라고 떴다. 이기면 5승. NLB 최다승이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큰 경기다.

경기 시작 전 어머니날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미국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어 5월 둘째 주 일요일이 어머니날로 그날이었다. 시구는 선수들의 어머니 되시는 분 4명이 하는데 그중 류현진 선수의 어머니도 있었다. 한국인 어머니가 미국 어머니날 시구에 참여한다는 건 큰 영광이다. 어머니기 공을 던지고 아버지가 공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류현진 선수의 어머니가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는 깜짝 놀랄 일이 펼쳐졌다. 어머니를 닮아 류현진이 공을 잘 던지는 것일까?

지난 5월 8일 우리나라의 어버이날엔 류현진 선수 어머니 생신 날이었는데 완봉승으로 4승을 했다. 이보다 큰 효자선물이 또 있을까만 미국서 맞는 어머니날도 좋은 성적을 내주길 기대가 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모든 개인이 속한 기본단위다. 가정들이 모여 사회가 되고 사회가 모여 국가를 이룬다. 옛 격언에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듯 가정이 편안해야 만사가 편안한 법이다. 우리 몸도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중요하듯 가정도 얼마나 소중한가.

경기중계 도중 캐스터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를 소개하면서 “나는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겠습니다.”라는 어머니날을 맞이한 최지만 선수의 인터뷰 광경을 보여줘 감동케 했다.

사실 류현진은 공에 위력이 있거나 구속이 빠르지는 않다. 투심 패스트볼 변화구 등 다양한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현혹시킨다. 손이 안으로 굽지만 어떤 때는 어떤 구질, 어떤 볼 배합으로 어떤 제구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힘보다도 영리한 두뇌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ERA리그 전체 2위인 낙차 큰 커브는 일품이다. 흔히 말하는 투수가 타자를 가지고 논다는 말처럼 류현진의 투구는 완급조절을 아주 잘 믹스시키는 유연한 볼 배합으로 놀라운 피칭을 선보이는 것이다. 수시로 자신을 변화시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그는 꼭 카멜레온 같다.

아무리 투수 혼자서 잘 던진다고 승리할 수는 없다. 동료 타자들의 힘이 보태지지 않으면 승리는 불가능하다. 작 피더슨의 펜스 앞에서의 캡처, 시거의 만루 홈런, 안타성 타구를 1루로 던져 아웃 시켰던 캘린저의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대단한 수비도움. 결국, 8회에 6-0 상황에서 4만800만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곧바로 전하는 미국 스포츠 소식들은 류현진의 명품 피칭은 미국 전역을 흥분시켰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투구는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더는 저평가된 에이스가 아니다”라며 “스스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올라섰다”고 극찬했다. FOX스포츠는 “아무도 류현진을 건드릴 수 없었다”고 평가했고,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믿기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 괴물' 류현진에게 쏟아지는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공 116개를 던진 류현진은 속구(포심 패스트볼+투심 패스트볼) 44개, 컷 패스트볼 27개, 체인지업 33개, 커브 11개, 슬라이더 1개로 배합했다”고 전했다. `한국 괴물' 단 네 글자에 류현진을 향한 미국 현지의 경외심이 담겨 있다.

대한의 아들 류현진의 경기는 아침산책 못지않게 나를 상쾌하게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대한의 아들. 최지만이 말한 `나는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말이 머리에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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