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자무수 2
호자무수 2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19.05.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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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줄 없는 거문고 한 가락에 누가 화답할까?
바람과 구름 절러 있어 종자기가 되어주네.
솔 이슬이 발에 가득해 나그네의 꿈 차가우면
덩굴에 걸린 반달이 작은 초암에 떠있네.

반갑습니다.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 하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분홍빛 하얀 빛 목단과 은 초롱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나 도량을 빛나게 하네요. 이 시간에는 계속하여 무문관 제4칙 호자무수(胡子無鬚)에 대한 무문 선사의 평창에 이어 게송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달마대사는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듯이 마치 중동의 아랍계 주민들처럼 수염이 아주 많았던 모양이지요. 그런데 달마대사가 왜 수염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이렇게 물었을 때 여러분의 어떻게 대답하게 될까요? 이에 대한 물음에 무문 선사는 깨달으려면 진짜로 깨달아야지 모름지기 한 번 친견했다고 하면 곧 바로 두 개가 되어버린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게송으로 설하기를 曰

: 疑人面前 不可 夢 胡子无

惺惺添 (의인면전에 불가설몽 이니 호자무수에 성성첨몽 이로다.) 어리석은 사람의 면전에서 꿈 얘기 하지 말라. 호자무수는 성성에 꿈을 더하는 것이니 이는 마치 오랑캐가 수염이 없다면 눈을 뜨고서도 꿈을 꾸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미친 사람의 생각은 엉터리 투성이지요. 꿈 역시 허망한 것이니 미친 사람에게 꿈 얘기를 하면 망발에 망발을 더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서역 오랑캐는 달마대사 또는 부처를 하는데요. 부처를 직접 보아도 수염이 있다 없다 하는 것은 눈을 떴지만 본신(本身)은 보지 못함을 뜻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수염이 있다고 해도 틀리는 것이며 없다고 해도 틀린 것이라 답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 공안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무문관 제1칙 `구자무불성'과 비교하여 참구해 보실 수 있을 것이며 무문관 1, 2, 3칙과 4, 5, 6칙은 그 뜻과 배열이 비슷하니 1칙에서 6칙까지 서로 비교하며 깊이 성찰해 보시면 무문선사와 깨달음의 노래를 함께 부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인지과정에서 욕구를 배제한다고 표현하듯이 조주구자나 호자무수에서 말하는 분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확철하게 이해하실 수 있다는 말이지요.

다음시간에는 무문관 제4칙 호자무수(胡子無鬚)를 더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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