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볼모가 된 청주시민
또다시 볼모가 된 청주시민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9.05.15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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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
석재동 부장

 

청주시민이 또다시 시내버스노조의 볼모가 됐다. 6개월 만이다. 두 번 모두 임금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자 노조 측에서 협상 대상자인 사측이 아닌 시민을 볼모로 삼은 모양새가 됐다.

충북도와 청주시에 따르면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청주지역버스노동조합 소속 4개사(청신운수·동일운수·청주교통·한성운수) 노조는 15일 오전 0시를 기해 단행하려던 파업을 일단 철회하고 사측과의 협상기간을 24일로 10일간 연장했다. 시민들의 발인 시내버스 파업이 현실화되지 않은 점에선 매우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노조는 임금(호봉) 7.5% 인상, 정년 65세 연장,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무일수 감소 2일분 보전, 준공영제 시행 조기 합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에 연장한 조정 기간 청주시의 준공영제 시행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로 했다.

4사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노사 간 단체협상에 나섰다가 `시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이 일자 실력행사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4사 노조는 그해 11월 6일 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시의 보조금 축소를 비난하며 21일부터 무료 환승 거부, 12월 1일부터 구간요금 징수 등 파행 운행을 예고했다. 11월 12일부터는 버스 내부에 관련 안내문을 부착해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시를 압박했다.

하지만 4개사 노조의 파행운행 예고는 노사 간 단체협상 중 임금협상과정에서 사측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인상에 난색을 보이자 불거진 단체행동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4사 노조는 당시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파행운행을 예고한 지 8일 만에 무료 환승 거부와 구간요금 징수계획을 철회했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6개월 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번씩이나 볼모가 된 청주시민들은 시내버스노조가 마뜩찮다.

청주지역은 이미 2교대 근무제 시행으로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손실분이 많지 않은 데다, 청주시가 준공영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어 파업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청주 시내버스노조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시민들은 이번 파업을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버스업계 전체의 고충과 별개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보기 시작했다.

`양치기 소년'이라는 이솝 우화가 청주 시내버스노조의 행태와 겹쳐진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그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을 세 번 반복했다. 어느 날은 정말 늑대가 나타났지만 어른들은 더이상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었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시내버스노조를 `양치기 소년'처럼 보기 시작했다.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이러다간 노조에서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시민들이 믿지 않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노조에 자아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주 52시간제 도입이 예고되면서 시내버스업체에 요금인상 요인이 생긴 사실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 충북도도 반성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구성원 간 갈등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책을 제시하고, 지역사회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존재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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