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스승이 없다
스승의 날, 스승이 없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9.05.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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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그림자도 밟지 않던 스승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교권이 추락했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스승의 날만 되면 교사들은 죄인이다. 오죽하면 매년 스승의 날만 되면 단골처럼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고 호소한다.

올해도 등장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의 주장은 이렇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가기념일은 47개. 기념일을 주관하는 정부부처가 있고 관련 분야의 의미를 해마다 기념하고 있는데 스승의 날은 특정 직종의 사람을 지칭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보건의 날은 의사의 날이 아니고, 과학의 날은 과학자의 날이 아니고, 법의 날은 판사의 날이 아닌데 스승의 날은 왜 교사라는 특정 직업인의 날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종이 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 되고, 이마저도 학생대표가 주는 카네이션만 된다는 식의 지침도 어색하다”며 “교육부에서 해마다 스승의 날을 기념해 유공교원을 표창하고 있지만 교사로 살아가며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가르치는 게 업인 교사의 역할은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국민청원에는 현직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학교 교사라고 밝힌 청원자는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는 학교 현장의 실태를 토로했다.

수업 중에 책상 위를 밟고 다니는 학생을 나무랄 수도 없고, 너무 떠들어서 조용히 하라고 하면 학생에게 욕설을 들어야 하는 학교 현장에서 더 이상 가르치는 게 의미가 없음을 청원자의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청원자는 “학생 인권 운운하면서 교사의 지도를 듣지 않고 죽일 듯이 노려보며 고함치고 친구들을 때리며 함부로 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냐”며 “부모에게 인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선량한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정부와 교육부가 나서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줄 것을 촉구했다.

오는 18일 마감하는 이 청원에는 1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최근 교단에서 물러난 원로 교사를 만났다. 그는 교권이 추락한 이면에 교사들이 반성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이러했다.

한 젊은 교사를 만났고 그에게 물었다. 왜 교사가 됐냐고. 젊은 교사는 답했다. 학창시절 여행을 많이 다니며 제자들에게 여행기를 자주 들려준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 교사가 됐다고.

원로교사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원로 교사 왈 “학창시절 열정적인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받아서, 아님 제자들을 위해 헌신한 선생님처럼 살고 싶어서라는 답이 나올 줄 알았다”며 “젊은 교사의 답변을 듣는 순간 교사를 바라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수 미성년 자녀 논문 등 조치 현황 자료를 보면 교권 침해를 논하는 것도 부끄럽다.

2007년 이후 10년 동안 전국 4년제 대학 50곳 87명의 교수가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했고, 돈만 내면 논문을 발표하도록 한 부실학회에 참석한 534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교육계 민낯이 이러할진대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고 당연히 그런 가르침을 받을 만한 제자를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스승의 그림자가 그냥 사라질 리는 만무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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