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회동 답보에 여야정 협의체로 선회한 文대통령
당 대표 회동 답보에 여야정 협의체로 선회한 文대통령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9.05.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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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 회동, '외교안보 매개로 국내현안 물꼬' 역할
'北식량지원 연계' 대표 회동 막혀…여야정 협의체 가동 촉구

靑 "여야정-대표 회동 순서 따지지 않고 각각 이뤄지길 희망"



청와대가 13일 여야정 국정상설 협의체 재가동을 촉구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자유한국당에서 단독 회동 입장을 고수하자 여야 5당 대표 회동 대신 여야정 국정상설 협의체 재가동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민생 현안 등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그런 만큼 지난해 11월 이후 멈춰버린 여야 5당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재가동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직접 제안하며 소통과 협치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며 "지난해 11월 첫 회의를 통해 경제·민생과 관련된 입법·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정상 가동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앞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 등의 국회 통과를 당부하며 필요시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통해 쟁점 사안을 해결해 줄 것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요청한 바 있다. 추경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여야정 협의체를 지렛대 삼아서라도 합의해 달라는 뜻이 담겼다.



하지만 선거제·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4당 대(對) 자유한국당의 극한대치가 이어지면서 추경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관련 법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과 소방공무원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개혁 법안은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북미 비핵화 대화의 장기 교착상태를 풀고자 마련한 정부의 대북식량 지원 방안에 북한이 무력 시위로 응수하는 등 대북 정책마저도 좀처럼 빛을 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대내·외적으로 문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진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안팎의 위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공개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념 KBS 대담에서 대북식량지원과 관련해 "이 점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이나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여야 정치권 사이에 좀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동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가지고 여야 지도부에게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가'라는 송현정 KBS 기자의 질문에 "네. 그렇게 제가 지금 제안을 하고 싶다"며 "패스트 트랙 문제와 같이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주제로 하기 곤란하다면, 식량 지원 문제, 안보 문제에 국한해서 회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구분 없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대북식량 지원 방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야당의 지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이날 고민정 대변인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식량지원과 관련해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실질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국민 합의를 구하는 최소한의 절차인 여야 지도부 회동 없이는 대북식량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에 돌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선 세 차례의 여야 지도부 회동 때에도 안보문제를 명분으로 삼아왔다.



첫 여야 지도부 초청 대화가 이뤄진 2017년 9월27일에는 북한의 거듭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과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됐고, 안보환경 조성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이 주요 의제였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불참으로 추미애 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이 이뤄졌다.



이들은 회동 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역할이 중요하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의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여야정 국정상설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는 문구도 함께 담겼다.



이를 두고 당 대표 회동을 통해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당부한 뒤, 이를 모멘텀 삼아 협의체 구성 시기를 앞당기려 한 문 대통령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들이 나왔었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불참으로 여야정 협의체 논의는 그 후에도 한참 진통을 겪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에서야 가동을 시작하게 됐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대북식량 지원을 매개로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수순을 밟으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황교안 대표의 불참으로 예상 밖 답보 상황이 전개되자 여야정 협의체라도 먼저 가동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희망한 기존 입장을 특별히 강조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 방송 대담 때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런데 언론에서 '당대표 회동을 제안한 것이냐,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 것이냐' 혼선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이것을 공식화하기 위해서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선(先) 여야 대표 회동, 후(後) 원내대표 참여의 여야정 상설협의체 순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두 가지의 선후 순서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멈춰버린 여야정 협의체는 협의체 대로, 5당 대표 회동은 회동 대로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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