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장할 과학은 없다
미래를 보장할 과학은 없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9.05.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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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닭을 잡아먹지 않고 안전한 상태에서 키우면 10년 정도 산다고 한다. 30년이나 장수한 닭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이 가장 즐기는 먹이가 된 탓에 오늘날 닭의 수명은 터무니없이 짧아졌다. 치킨이나 삼계탕 재료로 쓰이는 육계의 평균 수명은 45일 안팎이다. 알을 낳는 산란계는 2년이 채 되지 않아 폐기된다. 품종개량과 사육기술의 발전은 닭을 공장에서 단기간에 살을 찌워 대량 생산하는 식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10억483만 마리의 닭이 조물주가 아닌 인간의 설계에 의해 짧은 생을 마쳤다.

반려견의 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일본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반려견의 평균 수명은 1980년 4.4년에서 2004년 14.6살로 25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 반려견의 평균 수명도 15년 안팎으로 추정된다. 수의학의 발달과 반려견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지갑을 여는 반려인의 각별한 애정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보신탕용으로 사육되는 개는 참혹한 환경에서 1년 정도 살다 최후를 맞는다. 인간의 취향과 식성에 따라 개의 수명은 1년도 되고 15년도 된다.

다른 생물체의 생명 주기를 쥐락펴락하게 된 인간은 스스로의 수명도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다. 대부분 의학자들은 노화방지물질의 상용화를 예견하며 앞으로 인간은 130살까지 무리 없이 살 것으로 전망한다. 바야흐로 과학과 기술이 인간을 `불로장생'과 `전지전능'의 단계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21세기 인간을 신의 영역까지 넘보는 `호모데우스'로 규정했을 것이다. AI(인공지능)의 끝모를 진화를 상상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간이 새로운 생명체의 창조자를 자처하며 신의 흉내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호모데우스는 신이 될 자격이 없다. 다른 생명체는 물론 동종의 인간과도 상생하지 못하는 탐욕의 화신이 신의 지위를 누려서는 안 된다. 그들은 지구 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나서 생태 사이클을 무지막지하게 파괴함으로써 지구촌의 일원인 동물의 수와 수명을 급격하게 줄여가고 있다. 호랑이는 지난 1세기 동안 95%가 사라졌다. 해양 동물도 마찬가지다. 매년 14만마리의 바다표범과 고래 등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먹고 죽는다.

지혜롭지 못한 인간은 동물뿐 아니라 삶의 터전인 지구의 수명도 열심히 단축시키고 있다. 많은 환경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을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경고한다. 지진과 토네이도, 산불, 산사태, 홍수 등 숱한 자연재해가 연일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은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기서도 과학이 해결사로 등장한다. 우주과학자들이 지구가 끝장나기 전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내 안전하게 이주시킬 것이라는 믿음이다.

중국에서 만든 `유랑지구'라는 영화에는 지구에 수천 개의 거대한 엔진을 장착해 태양계를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구 재생이 가능한 환경을 찾아 지구를 통째로 태양계 밖으로 옮겨가는 발상에선 과학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읽혀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인사이트가 지난해 11월 화성에 착륙해 탐사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975년 바이킹 1호를 쏘아 올린 이후 여덟 번 째 화상탐사선이다.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화성에서 나사가 44년간 탐사활동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탐사선은 일몰과 일출, 태양의 사진을 찍어 지구에 전송하는 것이 고작이다.

인간이 사정없이 지구의 종말을 재촉해도 될 정도로 과학이 속도를 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매진한 덴마크는 6년 만에 1만4000톤이나 줄였다. 프랑스는 식당에서 손님들이 남는 음식을 싸가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2042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애겠다며 전쟁을 선포했다. 우주과학과 생명과학이 아닌 생활과학으로 미래에 대처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그나마 다행스럽다. 음식물쓰레기와 폐 플라스틱 배출량이 세계 1등인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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