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苦痛)
고통(苦痛)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19.05.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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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무엇인가를 위해 움직인다. 단순한 움직임이 반복되고 계획적이 되면 움직임은 행동으로 바뀐다. 목적지향성 운동을 하는 것이다. 행동의 목적은 모두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들이 행동하는 궁극적 목적은 생존이다. 생명체의 지상과제는 생명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후손을 남기는 것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후손을 남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 있고 이것을 충족하려고 움직이는 것이 행동이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행동에 대한 보상이나 행동 촉발을 위한 보상의 기대를 `감정'이라 부른다. 감정은 움직임이나 행동을 유발하는 보상체계이자 촉진 도구다. 만약 감정이 없다면 행동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성(理性)만으로 행동하기는 어렵다. 감정의 기본적인 요소는 기쁨과 고통이다. 기쁨은 원하는 것이 충족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행동에 대한 긍정적 강화다. 고통은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고통을 감소하기 위해 행동한다. 행동에 대한 부정적 강화다. 고통이 없다면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 고통이 없다면 위험을 피할 수 없다. 고통이 없다면 시련 속에서 성장할 수 없다.

갈증이라는 고통은 물을 찾는 행동을 촉발한다. 배고픔이라는 고통은 음식을 구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 실연이라는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한다. 고통이 우리를 살아남게 만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태어난 아이들은 자기 몸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거나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없어서 일찍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 한다. 고통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다. 많은 현대인은 기쁨과 편리함에 지나치게 익숙해졌다. 대부분의 행동이 기쁨이나 쾌락,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만 나가고 있다. 고통과 불편함은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고통을 생활 속에서 없애 버리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일들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건강한 고통이 필요하다.

`우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흥미 있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세 명의 미국 심리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어려움을 기록하게 하였다. 삶에서 `누적된 역경'을 계산한 것이다. 역경 중에는 질병, 사별, 부모님의 이혼, 경제적 파탄, 홍수, 성적학대 등과 같은 많은 종류의 괴로운 경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2년 후 이들의 전반적인 괴로움, 기능의 손상 정도,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 삶의 만족도 등을 조사하였다.

연구결과는 이렇다. 역경 즉 고통을 적당하게 겪어 온 사람들은 역경을 많이 겪은 사람보다 당연히 괴로움 수준이 낮았고 더 행복한 삶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역경을 적당히 겪었던 사람들은 역경을 전혀 겪지 않은 사람들보다도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정도의 고통이 이후의 삶을 더 유연하고 만족스럽게 사는 능력을 키워준 것이다. 고통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보다 크고 작은 고통을 겪었던 사람이 심리적으로 더 튼튼해지고 더 좋은 삶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가? 원망이 들 때 이 말을 떠올려 보시기 바란다. “고생은 일부러 사서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다. 죽지만 않을 정도라면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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