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무게는 똑같다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
  • 이상광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 승인 2019.05.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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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상광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이상광 청주시 흥덕구 건설과 주무관

 

반려동물 학대에 대한 뉴스가 부쩍 늘고 있다. 화가 난다고 반려견을 오토바이에 매달고 가거나 망치로 때려죽인 사건도 있고 개 척추를 부러뜨리고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도 있었다. 한 해 동물실험으로 고통받는 동물들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암탉은 자기만 한 크기의 케이지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평생 알만 낳다가 죽는다. 스트레스 받은 닭들이 서로 부리로 쪼아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해 농장주는 닭의 부리를 불로 짖어서 뭉개 버린단다. 암소는 좁은 우리에서 인간이 마실 우유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임신하면서 살아간다.

슬프게도 위에 열거한 모든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이야기이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인간에게 동물을 학대하고 생명권을 박탈할 권리가 어디 있는가. 동물의 생사(生死)를 결정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폭력을 저지르고 있을 뿐이다.

이웃의 힘 있는 나라가 힘없는 나라를 쳐들어와서 국민을 노예로 삼고 죽이고 학대한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사에서 흔한 일이었다. 그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 우리라면 어떻겠는가. 힘 있는 국가가 힘없는 국가에 행한 행위가 잘못됐다며 폭력과 침략의 근거가 없다고 할 것이다.

동물들과 인간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동물에 대한 지배권과 그들의 생명권을 박탈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힘으로 억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일본의 제국주의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동물을 학대하는 제국주의자이다. 우리는 동물들의 생명과 자유를 뺏을 권리가 없다. 그저 힘으로 동물을 강제로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괴롭히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형량이 강해야 동물들을 학대하는 행위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법과 제도뿐이다. 또한 동물을 사육할 때 동물의 복지를 생각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관련 정책 입안과 동시에 헌법에 동물의 존엄성을 명시해야 한다. 헌법에 명시한다는 것은 향후 판결에서 동물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판결을 한다는 것과 같다. 동물의 존엄성을 인간의 존엄성과 동등하게 보고 그 가치를 헌법에 새겨 지켜야 한다. 이러한 정책과 헌법 명시와 동시에 사람들에게 동물의 존엄성에 대해 교육하고 소중히 여기는 인식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책이 성공하기 힘들다.

또한 멀리 생각하면 인간을 위해 사육 동물의 도축을 언젠가는 중단해야겠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동물의 존엄성을 최소한이라도 지켜줄 수 있는 환경에서 사육해야 하며, 마취를 해서라도 고통 없이 도축해야 한다. 그리고 인공 고기 기술에 투자해 언젠가는 이 모든 살생을 끊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넘어 동물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은 선진 시민과 선진국이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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